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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헤라자데 Oct 12. 2020

햇병아리 예비 간호조무사의 이야기 12

시간은 하염없이 흐르고 

주 6일을 열심히 실습을 나갔다. 다행히 몸은 피곤해도 그렇게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 일이 익숙해진 덕분이었다. 주말이 더 일이 쉬웠다. 약국에 가서 약을 타오고 약정리할 일도 없기 때문이었다. 

간호조무사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그렇게 우직하게 일 안해도 된다."

나는 빙긋이 웃었다. 

또다른 간호사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 학생 , 건강은 자신이 스스로 지키는 거야. 병실 갔다 오면 손 깨끗하게 씻어야 해 알았지?"

그 또한 나는 빙긋이 웃었다. 

물론 군기잡는 선생님은 끝까지 군기를 잡았다.

어느날 한 할머니 환자분에게 바이탈 재면서 어디 불편하신 곳이 있냐고 여쭈었는데 다리가 아프다고 하셨다.

그래서 그 말을 간호사실로 와서 전달을 했더니 그 군기잡는 선생님은 찬바람이 쌩쌩 불도록 말했다.

" 다음부터는 환자들에게 쓸데없이 질문하지 마!"

그냥 그러려니 했다. 그리고 다짐했다. 나는 결코 군기잡는 그 선생님처럼은 되지 않을 거라고 . 

그저 나는 할머니들이 점점 좋았고 선생님들도 좋았다. 할머니들께서는 -혹은 할아버지들 - 정이 많으셔서 좋았고 선생님들은 일처리 하는 모습이 베테랑이라 보기 좋았다. 개인차는 있었지만 정말 저분은 진심으로 환자를 돌보시는 구나 하는 느낌이 드게 하시는 선생님들이 계셨다. 


시간은 흘러 흘러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고 또 지나가려고 했다. 그리고 초여름이 다가오자 이제 실습이 며칠 남지 않았다. 시작이 반이고 끝은 온다는 말이 맞았다. 다행히 코로나는 조금씩 조금씩 진정세를 보이고 있었다. 나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했다. 어쨌든 실습은 무사히 끝이 나야 했다. 

한 아저씨 환자분이 생각이 난다. 그 분은 암 환자라고 하셨다. 바싹 여윈 모습에 눈빛이 공허했다.괜스리 마음이 쓰여서 뭐라고 위로를 해드리고 싶은데 말주변이 워낙에 없기도 한 나는 매일 똑같은 말만 해 드렸다. 체온재고 " 열이 없으시네요 " 혈압재고 " 혈압도 항상 괜찮으세요 " 하고...거기다 뭐라고 더 덧붙이기도 했다. "반드시 건강해지실테니 염려 마세요 ." 그래도 아저씨 환자분은 쓸쓸한 미소만 지으셨다. 

어느날은 보니 그분이 머리를 짧게 깎은 채로 누워 계셨다. 오늘은 또 무슨 말을 해드릴까 하다가 조금 수선스럽게 " 와 머리를 깎으시니까 정말 잘생기셨네요!"라고 해 드렸다. 그러자 아저씨 환자분이 슬핏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옆의 서랍을 열더니 그 안의 사탕 , 초콜릿 등등을 잔뜻 한주먹 , 두주먹을 쥐어 주셨다. 나는 당황해서 "아니에요. 저 이런 것 받으면 안돼요 '했다. 그래도 아저씨는 "가서 먹어요 "하셨다. 그래서 할 수 없이 " 고맙습니다. 선생님들이랑 같이 나눠 먹을게요 ."하고 머리를 꾸벅하고 병실을 나왔다. 간호사실로 가자 선생님들이 놀라하셨다. 그 환자분에게 이렇게 먹을 것 얻어온 사람이 학생이 처음이라고 ... 순식간에 사탕과 초콜릿이 없어졌는데 나는 곧 그 아저씨 환자분과 이별을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꼭 건강해지시기를 빌었다. 


그 외에도 여러가지 개성들을 지니신 환자분들이 많으셨다. 저 세상으로 가셨던 분들도 계시고 아직도 정정하신 분들도 계실 것이다. 그렇게 그렇게....시간이 흐르고 흘러 실습 마지막 날이 어느덧 가까워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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