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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헤라자데 Sep 01. 2020

햇병아리 예비 간호조무사의 이야기11

코로나 너는 무엇이냐

처음에 실습 들어 갔을 때 다른 학원에서 온 실습생들이 있었다. 그래서 같이 병동을 돌면 되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생각지도 않은 변수가 생겼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변수들...


시작부터 바이탈을 환자 70명 분을 한 것은 아니었다. 다른 실습생들이 있었기에 분담해서 했고 시간도 훨씬 단축되었었다. 그런데... 올해 1월말에 실습을 시작하고 한달 정도 지났을 때였다. 코로나가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한다는 뉴스가 하루종일 들려왔다. 확진자가 수백명이 넘게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간호고등학교를 다니던 실습생들이 제일 먼저 빠지게 되었다. 그리고 다른 간호학원 다니는 실습생들도 간호 부장님이 한번이라도 결석을 하면 바로 이 병원에 오지 말라고 내쳐버리셨다. 정말 살벌하게....

우리 병원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다른 병원으로 실습간 간호학원 동기들중에는 병원자체내에서 실습생들에게 마스크도 지급하지 않고 결국 모든 실습생들을 나가라고 해서 눈물을 머금고 다른 실습 병원을 찾아 옮겨야 했다고 했다.


나는 다행히 내쳐짐을 당하지는 않았지만(?) 혼자 병동을 지켜야 했다. 처음에는 무척 외롭고 힘들다가 그냥 알아서 일거리를 찾아 했다. 차라리 그게 나을 것 같았다. 

전에도 말했지만 눈치 없고 잘 못알아 들을 때도 많았지만 그냥 그날 할일을 메모해 놓고 하나씩 하나씩 해 나가면서 선생님들 보조적인 업무를 돕다 보니 열심히 한다고 칭찬해 주셨다. 물론 욕을 먹을 때도 있었다. ㅋㅋㅋ


" 환자들을 대할때 목소리가 참 상냥하네."
" 어디 다른 병원에서 근무했었어? 처음 같지가 않게 능숙하네"

" 참 열심히 완벽하게 하네."

" 간호대학 가. 늦지 않았어 .50대들도 간다니까. 학생 쌤>"


반면 실수를 하거나 어버버하면

" 그 좋은 머리가지고 생각 좀 해."
" 어째 아무리 가르쳐도 나아지는게 없냐 " 흙흙ㅠㅠ

" 에그그 속터져"

등등 욕을 먹기도 했다. 아 지금 생각해도 마음이 아프다. ㅠㅠ


잘 대해 주시는 선생님들도 계셨지만 힘들게 하시는 선생님도 계셨다. 내가 먹지도 않은 음식물 쓰레기를 지하 3층 휴지통에 분리수거하라는 선생님도 있었다. 

다른 실습생들이 있었다면 좀더 하소연하고 속을 털어놨을지도? 그러나 어차피 이 병원에 올때 혼자 오지 않았는가. 다시금 각오를 다졌다. 10명중 한명이 나를 눈엣가시처럼 본다고 하더라도 사회생활이라 셈치고 이겨내고 인내해야 했다. 


이리뛰고 저리뛰고... 한달이 지나고 두달이 지나고 ... 코로나 때문에 요양보호사님들 하루에 두번씩 열재는 것도 내가 맡아서 했다. 사실은 내 임무는 아니었는데 바쁜 선생님들 대신 제가 할게요 하고 나섰더니 어느 순간 부터인가 내 책임으로 변해있었다. 그래 놀면 뭐하냐. 마음을 편안하게 먹으려고 노력했다. 


병원급 400시간을 채우고 나서 다른 곳으로 가볼까 생각 안했다면 거짓말이다.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있던 실습생들도 내보내는 판국에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학원에 연락을 해 보고 그냥 여기에 말뚝을 박아야 겠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요양병원에서 쭉 실습을 하기로. 


어느 순간부터는 " 학생이 제일 바쁘네."라는 소리까지 나왔다. 사실은 바이탈 재느라 시간이 많이 걸려서 드레싱 , 다른 처치할 때 잘 따라가서 볼 수가 없었다. 그래도 시간이 남으면 쫒아가서 보려고 했었는데. 너무 피곤했다. 


그 시기에 제일 두려워했던 것은 병원내에 확진자가 나오는 것이었다. 그러면 코호트 격리가 되어 버리는 거라 꼼짝 없이 병원에서 2주 동안을 갇혀 있어야 한다. 정말 상상하고 싶지 않은 상황이었다.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결국 고심끝에 실습 나머지 채워야 할 시간을 계산해 보고 주 5일 다니던 실습을 주 6일로 채워서 빨리 실습을 끝내고 싶었다. 그래서 시작했다. 주말에도 실습하기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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