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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헤라자데 Jul 12. 2024

만학도 간호대생 이야기 11

끝나지 않는 길

현재 4학년 여름방학이다. 그렇다 방학.... 하지만 그냥 방학이라고 즐기기엔 현실은 우리들의 바람과는 다르게 흘러가기에 ....

현재 4학년 간호대생이라면 이해할 것이다. 취업 상황이 거의 막혀버렸다는 것을.... 작년 불취업이었다면...올해는 용암취업....아니 그보다 더한 상황에 처했다. 바로 올해 2월부터 시작된 의료파업 때문이다. 

 흠.... 정말 이런 상황이 닥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천재지변도 아니고 ... 기다려 보자...기다려 보자...그러고 있는 중인데 현재로서는 답답하기만 하다. 내가 있는 곳은 지방이긴 하지만 광역시이다. 지금까지 병원들이 채용이 없다고 하는 판국이다. 지도 교수님께서 5월말 마지막 실습 나가기 바로 직전에 지도학생들을 모아다 놓고 말씀하셨다. 이곳에 있는 대학병원과 종합병원들 다 올해 채용공고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 

학교 취업설명회에서도 내로라 하는 병원들은 마지막 날까지 다 빠지고 규모가 작은 병원 몇개만 참여했다. 이거 복잡해지는데...라고 생각을 했었다. 흠.... 

결국 7월 중순이 되어가는 지금 종합병원급 한 곳만 채용공고가 났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서류를 정성스럽게 작성하여 넣어보았지만 불합격했다. 나중에 들리는 말로는 지원자가 천명이 넘었고 면접때 300명 정도 뽑아서 봤다는 것이다. 이런 소문을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는 알 수 없지만 정말 역대급으로 힘들어졌다고 할 수 밖에는 없다.

솔직히 이런 내용을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많이 고민했다. 서류는 붙으리라고 생각했던 병원에서 손쉽게 불합격이 되고 나니 마구 미래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이 엄습했던 것이다. 며칠은 마음앓이를 해야 했다. ㅠㅠ.


지금은 다시 한번 차분히 생각해 보게 된다. 세헤라자데 너 정말 간호사 하고 싶어? 라는 질문을 나자신에게 하게 된 것이다. 사실 나는 성적이나 술기에 뛰어난 학생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뭔가 다른 쪽으로 뛰어난 소질을 보이는 것도 아니다. 다만 나는 어렸을 때부터 책읽기를 좋아했고  간호사를 하면서 글을 쓰는 작가가 되리라 라는 다짐을 하고 있을 뿐이다. 

만 43세의 나이에 간호대 만학도생.... 성적 중간. 술기는 어리버리... 사실 그냥 쉽게 취업을 한다해도 간호사를 정말 잘 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의구심과 불안에 휩싸였을 것이 뻔하다. 그런데 상황이 취업이 절대 쉽지 않을 것을 알게 된 후로-ㅠㅠ- 정말 간호사가 되어야 할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 것이다. 물론 쉽게 답이 나오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엄청 진지하게 물어본 것도 아니다. 그냥 나자신에게 툭 돌멩이 연못에 던지듯 질문을 던져 놓고 어떤 파문이 생기는지 지켜보았다 


세헤라자데 너 정말 간호사 하고 싶어? 그냥 간호대학 나왔다는 것 빼고 다른 이유가 있어? 너 성적도 별로고 술기도 못하잖아.... 

--> 노력해 보자. 솔직히 나는 하늘을 감동시킬 만하게 노력하지 않았던 것 같아. 뭔가 슬렁슬렁? 그러니까 정성을 좀 들여 보자구.


세헤라자데 간호사 엄청 힘들어.그런데도 너 3교대 할 수 있겠어?

-->음...내가 잠이 좀 많은 것은 사실이야. 신규 간호사가 되면 일도 느리고 하겠지만 그래도 해 봐야 하지 않을까? 완벽하게 다 잘 할 수는 없겠지만 조금씩이라도 전진하다 셈치고 해 나가면 어떨까? 간호사 나이트 수당을 받지 않고 데이이브닝 킵으로 근무할 수도 있잖아.


그래 ? 그런데 왜 질문에 대한 답이 좀 추상적인것  같지? 진짜 현실적이고 절박한 이유를 대 봐

-->아니 그러니까...!!!! 그래 !!!일단 나 장학금 받은거 의무종사해서 갚아야 하니까 당연히 간호사 근무해야해!!!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4년을 그렇게 눈물콧물 빼가면서 힘들게 다녔는데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 한다고 그래도 도전해 봐야 할 것 아냐.!!!!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잖아.!!!! 안 그래???!!!


누가 뭐라니?그래 너 간호사 해..근데... 세헤라자데 너 병원 취업은 할 수 있다니? 너 졸업후 백수되는 거 아냐? ㅋㅋㅋㅋㅋ

-->야 !!!너 일루 와봐!!!!얼른 안 와??!!!!!!!!!!(극대노!!!!)


거의 이런 패턴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제 풀에 지쳐서 내가 취업할 수 있는 병원이 제발 나왔으면 좋겠어요라고 기도한다. 기도잠깐하다가 또 제풀에 지쳐서 내려놓자 내려놓자 하심의 마음으로 셀프 세뇌를 한다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상황은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다. 대단한 반전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나는 그저 소박하더라도 내 일자리를 구하고자 하는 마음이다. 하느님께서 나에게 뭔가 재정비할 시간을 주신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희희낙낙 손쉽게 취업해서 나가지 말고 좀 더 생각을 하고 마음을 다잡고  그러라고.... 나는 이 세상에 벌어지는 일들이 우연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확실하게 이 사태가 벌어진 것에 대해서 그 영향으로 이런 상황이 연쇄반응처럼 일어난 것에 대해서 ....하필이면 내가 4학년 딱 요 시점에 나에게 공처럼 던져졌다. 


앞으로 병원 서류나 면접에서 몇번을 물먹을지 알 수 없지만 각오를 해 두어야 할것이다. 나에게 주어진 것이 사소하고 작아 보일지라도 조금이라도 주어졌다는 것에 감사해 보자. 내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는지도 점검해 봐야 할 것이다. 부족한 부분을 메꿔나가야 하니까.... 7월의 폭우와 폭염으로 어질어질하지만 시간을 소중히 써보자. 


아직 끝나지 않는 길이다. 그 여정은 생각외로 길고 멀 수도 있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을 가진다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계속해서 조금씩 조금씩 걸어갈 수 있을 것이다. 

오늘도 뉴스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서 그리고 간호4학년들 취업이 난리가 났다는 보도를 보았다. 

나는 너무 지나치게 분석하려 애쓰지 않을 것이다. 그저 그렇게 머리를 무겁게 할 시간에 밖에 나가 산책이라도 하고 올 셈이다. 흔들리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래도 이럴때 좀 인생의 연륜을 발휘해 보자. 침착해 보자. 최대한.... 


아직 길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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