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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헤라자데 Jul 20. 2024

만학도 간호대생 이야기 12

4학년 여름방학

여름방학이 벌써 한달이나 지났다. 9월에 개강과 동시에 실습을 또 나가게 되니 이제 정말 한달 반 정도만 있으면 바쁜 생활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다시 한번 차분히 책상에 앉아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종이에 적어보았다. 너무 널널하지도 너무 빡빡하지도 않는 , 그런 목표를 정해서 조금씩이라도 뭔가 해내고 싶었다. 그 결과 종이에 기본간호학과 성인간호학을 한번 훓어 보는 것, 그리고 의학용어 하루 20씩 외워서 복습할 것. 약물용량 계산 책을 한권 구입해서 공부를 해보기로 했다. 대신 이 모든 것은 3-4시간 안쪽으로 끝내는 것으로 잡았다. 어디선가 읽었는데 사람이 개인차는 있겠지만 집중할 수 있는 최대 시간이 4시간 까지라는 것이다. 아직 고시공부하는 것은 아니니까 그 정도 시간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려는 것이다.

다행히 스터디 카페가 남는 시간이 있어서 그곳을 당분간 이용하기로 했다. 오늘 스터디 카페를 가보니 에어컨이 빵빵하게 틀어져있어 시원하고 듬성듬성 공부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좋았어!해 보는 거다.!


그리고 한가지 더. 난 범생이 가죽을 뒤집어 쓴 한량이므로 공부 외에 내게 설렘을 주는 일 한가지를 더 하고 싶었다. 그것은 단편소설을 써서 공모전에 제출하는 것이다. 엽서시 문학공모에서 하나의 공모전을 선택하여 도전하기로 했다. 방학때 시간이 그나마 있으니까 이번에 써보리라. 라는 목표를 세웠다. 상상하는 것. 주인공들의 운명을 내가 이야기로 풀어나가는 것이 나는 재미있다. 

고로 나의 취미는 독서와 글쓰기라고 할 수 있다. ~~~~~결과가 어찌되든 말이다.


입술에 헤르페스 물집이 잡혔다. 수두를 어린시절에 앓았었고 면역력이 떨어지면 곧잘 입술에 물집이 잡히곤 했다. 면역력이 저하되었다는 것은 스트레스를 은연중에 받았다는 뜻이다. 몸과 마음을 다시 재정비할 필요가 있음을 느꼈다. 

행복은 ...내 마음에 달렸다. 거저 얻어지는 행운이 시기도 있지만 결국은 내가 일구어 나가는 것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격언이 " 레몬이 주어지면 그것으로 레모네이드를 만들어라"가 아니었던가. 

현실을 부정하지 말고, 회피하지 말고 받아들이되 어떻게 하면 좋을까?를 흥얼흥얼거리면서 생각해 보는 것이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기도 했다. 

나는 특수파트 부서보다는 병동이 더 맞았다. 실습지금까지 쬐끔 해 본 경험치를 통해서 터득했다. 정신과 병동도 가면 잘 적응할 것 같지만 한번 정신과로 들어가면 계속해서 정신과로만 돌아야 하니 그러기엔 다른 기회들이 없을 것 같아 일단 패스. 내과나 외과 병동이면 괜찮겠다. 말이 없는 편이긴 하지만 노인 분들에게는 잘해드릴 수 있다는 근자감도 있다. 

맑고 귀여운 아이들이 있는 소아과보다는 요양원, 요양병원쪽이 나에게는 더 맞는 것 같다. 그리고 밤근무도 없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데이 ,이브닝 킵으로 병원을 다니고 싶다. 그렇게 되면 나이트 수당이 빠지니까  어머머 월급이 홀쭉해졌네라는 충격이 오겠지만 일단 나는 길고 가늘게 가자는 주의라....ㅎㅎㅎㅎ

잠이 많은 편인 나는 밤근무를 하는 상황이 오면 어쩔 수 없겠지만 될 수 있으면 나이트는 빼고 싶다. 그러고 보니 내가 실습을 헛투로 다닌 것은 아니었나 보다. 은연중에 나에 맞는 과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간호사를 하면서 되도록이면 남는 시간에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싶다. 글쓰기 강좌에도 가보고 싶고 적극적으로 작가가 될 수 있는 길을 모색해 볼 것이다. 글을 너무 안 썼더니 뭐랄까 칼이 무뎌지고 녹이 슬듯이 나의 글쓰기 촉도 무뎌지는 것 같아 속상하다. 좋은 글을 쓰는데 왕도가 어디 있겠는가.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해보란 말씀이 맞는 말이다. 


지금도 내 옆에는 주문한 책들이 많이 쌓여있다. 종교에세이 , 인문학 에세이 , 자기계발서 등등 닥치는 대로 읽어나가고 있다. 카톨릭 출판사 서평단으로 올해 뽑히면서 7월달 책이 [구마사제]가 왔기에 예전에 보았던 엑소시스트나 , 검은 사제들 정도 생각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읽었는데 흠....껄껄껄 그렇게 무서운 책은 아니었다.오히려 정 반대로 담담한 느낌의 책이었다. 납량특집에 어울릴 만한 책은 아니었다. 

6월달에 하루 피정을 수녀원으로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뭔가 기분이 오싹하거나 안 좋을때는 성모송을 한번 입으로 바치고 , 또 미운 사람이 생각이 나서 분노가 치밀어 오르거나 정말 기분이 엉망진창일 때는 그 사람을 위해서 짧게라도 기도해 주라고 피정지도 수녀님께서 조언해 주셨다. 그래서 아름다운 성모송을 요즘들어 외운다. 


어쨌거나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찬란하고 빛날 때이며 소중한 시간이라는 것을 느낀다. 이러다가 개강하면 또 정신없어지겠지만 그래도 지금만큼은 천천히 글을 쓰면서 내면을 다듬어 본다. 아마 나는 이렇게도 성장하고 있음에 분명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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