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오늘

조용한 축제를 사랑하며

by 세헤라자데

Seize the today!!!! 나의 카톡 프로필 메시지이다. 오늘을 잡아라. 흘러가는 시간을 소홀히 하지 말고 소중하게 쓰라는 뜻이다. 그렇다. 바로 오늘의 햇살을 사랑하고 맑은 공기에 상쾌해 하고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를 하고 그리고 ....성당에 갔다. 바로 동생의 위패를 성당에 맡기기 위해서이다.

동생은 어린시절부터 성격이 점잖으면서도 성취욕구가 남달랐다. 무슨 일을 하든지 남들보다 앞서나가 칭찬을 받고 싶어했고 그러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노력파였다. 반장, 회장은 도맡아서 했으며 공부도 반에서는 항상 1등, 전교에서는 5등 이래로 내려간 적이 없었다. 승부욕도 강했고 책임감도 강해서 맡은 일은 반드시 해내고야 마는 성격이었다.

20대때 동생은 의대에 들어갔고 나는 임용고사에 계속 낙방하여 보습학원강사와 기간제 교사를 전전하고 있었다. 마치 그 때를 회상하면 동생은 떠오르는 태양과도 같았고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했었다. 반면 나는 우울하고 극내향적인 문학책만 끼고 사는 그런 사람이었기에 얼굴은 그늘져 있었고 긍정적 사고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었다.

동생은 연애를 하여 나와 오빠보다도 먼저 결혼을 했다. 집안의 반대가 있었지만 자신의 주장을 굽힐 동생이 아니었고 결국 결혼하여 두아이를 낳고 올케와 행복하게 살았다. 그런데....30대 중반에 갑자기 암에 걸렸다. 개업을 앞두고 있었던 동생이 말이다. 누구도 그의 성공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가족들과 지인들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것도 말기였다. 아니 도대체 왜!!! 왜?? 라는 질문을 던지기에도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결국 동생은 전이가 빨리 진행되어 삼심대 후반의 젊은 나이로 1년 후에 세상을 떠났다. 우리 가족들은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슬픔을 맛보아야 했다. 정말 믿기지가 않을 정도였다.

나는 그 후로 결심했다. 아무리 생명이 태어나고 죽는 것이 자연의 이치라지만 이건 너무하다 싶었다. 그래서 그 일을 겪은 후로는 우리 모두의 삶이 바로 시한부의 삶이라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또 ,하루를 살더라도 감사의 삶, 아무리 작은 것일지라도 오늘 하루에서 반짝거림을 찾아보자라고 결심했다.

그리고 간호대를 바로 진학했고 지금은 간호사가 되었으며 곧 새로운 직장에서의 삶을 기다리고 있고...

또 작가로서의 길을 걷기 위해 계속해서 나 혼자서라도 글을 쓰고 있다. 아무리 작은 노력이라도 언젠가는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브런치 작가도 되고 블로그에 이렇게 글을 계속해서 쓰기도 해 본다.

며칠전 언니네 집에 볼일이 있어 찾아갔는데 언니가 조용히 나에게 말해 주었다. 5년전 동생 장례식장에서 위패를 챙겼는데 정리를 그 때 하지 못하고 묵혀놓은 가방속에 그대로 있었더라는 것. 나와 동생은 천주교 신자였기에 위패를 절에다 모시지도 못하고 함부로 정리하면 안된다는 생각에 고민에 빠졌다.

다행이 내가 본당 사무실에 가서 문의를 해 보니 위패를 가지고 오면 보관했다가 위령회에서 장례미사를 치를 때 같이 정리를 해주겠다고 하셔셔....얼마나 기뻤는지 하느님께 무척이나 감사하다고 기도를 드렸다.

드디어 동생을 편하게 보낼 줄 수가 있겠구나 싶어서 매우 감사했다.

그리고 오늘 성당에 가서 정성스럽게 보자기로 싼 동생의 위패를 잘 부탁드린다고 하면서 건네 드렸다. 그리고 바로 토요일 특전 미사를 참례했다. 새삼 감사한 마음이 또 들어 감사헌금도 냈다. 그런데 성체를 영하는데 신부님께서 성체를 두개를 겹쳐서 주시는 것이다. 이런 일은 또 처음있는 일이지만 당황하지 않고 " 아멘"하고 받았다. 마치 하느님께서 동생 몫까지 받아라 이런 뜻으로 주시는 것처럼 느껴져 하나의 은총처럼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는 오늘의 마지막 일과로 이 글을 쓴다. 어제도 내일도 필요 없다. 단지 지금 이 순간만이 존재할 뿐이다. 내일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니 나는 지금 Seize the today를 행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아이스크림도 먹을 것이다. 글도 쓸 것이다. 간호사로서 일도 할 것이다. 노래도 부르고 여행도 다닐 것이다. 사랑이 다가오면 머뭇거리지 않고 그 사랑을 곱게 받아들일 것이다. 햇살도 사랑하지만 빗방울도 좋아라 할 것이다. 모든 것을 과거나 미래에 정신을 쏟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미 이대로도 온전한 존재이기에....

마흔 다섯에 이렇게 살고 있는것이 나에겐 조용한 축제처럼 여겨진다. 축제는 오로지 지금 이 순간에만 존재한다. 그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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