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모든 이들이 고통에서 치유되길 바라며
어제 환자분 중의 한분이 드레싱을 다 하고 나서 울먹이며 말씀하셨다.
" 선생님 너무 불안해요.... 가족들도 ...친구들도 ... 자꾸만 전화를 해서 안부를 물어요...
그런데 그렇게 내 몸상태를 알려줄때마다 너무너무 무섭고 불안해요."
나는 그분의 상태를 알고 있었다. 암으로 이미 전신으로 전이가 되셨다는 것을....
나는 순간 무슨 말을 해 드려야 할지를 몰랐다. 그런데 그렇게 불안해하고 무서워하시는 분께 그냥 잘 계시면 됩니다라고만 해 드릴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말씀드렸다.
" 000님, 많이 무섭고 불안하세요?"
"네....."
" 혹시 종교를 갖고 계시나요?"
" 불교를 믿어요...."
" 000님 그러시다면 부처님을 한번 믿어보세요. 부처님의 자비를 한번 믿어 보세요. 부처님은 다 도와 주시잖아요. 꼭 000님의 기도를 부처님은 자비로우시니까 들어주실 거에요. 저는 불교는 아니지만 저도 기도드리겠습니다."
000님은 내 말을 듣고 있더니 잠깐 후에 내게 중얼거리듯이 말씀하셨다.
" 참으로 착하다. 착하다."
너무 바빠서 더이상의 대화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나는 그 대화가 오래도록 잔상이 남았다. 난 착한 사람이 아니지만 ....정말 솔직히.... 빨리 내 일을 쳐내는 것에 바쁜 간호사일 뿐이지만 ...그것도 버벅거리며....뚝딱거리면서.... 그런 새내기 간호사지만 ....정말 000님의 상태에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지금도 000님을 비롯하여 특히나 우리 병원 환자분들을 위해 성모 램프를 켜놓고 성모송을 바치면서 잠깐이나마 기도를 했다. 오늘은 쉬는 날이라 이렇게 집에서 휴식을 취한다.
정말 환자분들을 위한 것은 무엇일까.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말씀드리고 어떻게 해야 고통이 조금이나마 줄어들 수 있을까.
나는 입사 한달이 되어가지만 아직도 라운딩을 잘 돌지 못한다. 수액에 대한 공포증이 좀 있다고나 할까. 2,3병동을 루틴처럼 일을 쳐 내고 나면 라운딩을 돌고 조금이라도 환자분들 체위변경이라든지 좀더 신경써야 하는데 아직은 좀 내가 두려움이 있는 것 같다. 차지도 이제 슬슬 배우고 있는데 .... 점심을 물 마시듯이 먹고 잠깐 쉬면 바로 차지 업무를 알려준다. 어제는 특히나 힘들어서 머리가 멍했다. RN두명이서 병동일을 다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내가 두려움을 가지면 안되는데. 환자분들은 특히나 예민하시니까 내가 두려워하고 있으면 안된다. 좀더 자신감을 갖고 당당해야 한다. 그래야 환자분들이 두려워 하시지 않을실 것이다.
언제쯤이면 진정한 RN이 될 수 있을까. 끝도 없지 않을까. 이제 3주를 채웠다. 그래도 배워야 할 점들이 많다. 간호사의 할일을 찾자면 끝이 없지 않을까. 문득 내 힘이 아니라 주님께서 주시는 힘과 능력으로 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주님께서는 반드시 나와 함께 있겠다고 하셨다. 그러니 그런 믿음으로 해 나가자.
조용히 성모송을 바치고 기도를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