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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흰줄박이물돼지 Sep 04. 2020

딸랭구 키우기 #1

평범한 수준의 아빠 육아조차 고난의 행군일세

딸랭구는 아빠 힘내세요 노래를 배워왔다. 첫 소절 말고는 못해서 주먹을 치켜들고 첫 소절만 반복했다. 과자 달라고 데모하나 싶기도 했다. 기분은 좋아 보였다. 마누랭구 말로는 내가 오기 전까지 하루죙일 짜증 냈다고 한다. 딸랭구의 대표적 짜증 패턴은 다음과 같다.


1) 본인이 뭔가 하겠다고 함, 예를 들면 신발 신기  잘 안됨  짜증

2)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누가 먼저 해버림, 예를 들면 엘리베이터 버튼 누르기 본인이 했어야 했다고 짜증


저런 짜증은 보통의 짜증이 아니라고 울고불고 다리를 동동 구르고 쿵쿵 뛰는 지랄로 나타나기 때문에 상대하기 여간 피곤한 게 아니다. 심지어 저런 짜증은 단발성이 아니다. 옷 입다가 짜증, 양말 신다 짜증, 신발 신다 짜증 낸다. 내 생각엔 본질적으로 짜증 나는 게 있어서 오만군데 다 지랄인 거 같은데, 그 본질적 짜증을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밥을 먹기 싫거나 어린이집에 안 가려고 짜증 내는 걸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해결 방법도 본질적이어야 하겠지?


매일 퇴근 전 회사 다이어리에 '우리 딸 금방 크는데 지금 지나면 이 모습을 그리워하게 될 거야' 써놓고는 이쁜 우리 딸의 귀여운 모습 놓치지 않아야지 다짐하며 퇴근한다. 그러나 막상 집에서 만나면 요 웬수같은 기집애 얼른 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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