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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go Apr 24. 2023

바울과 함께하는 여행 4

여행의 맛은 음식이 만든다.

"허브 향신료는 튀르키에 음식을, 레몬과 계피는 그리스 음식을 만든다. 새우젓은 우리 음식을 만든다. 김치는 음식을 맛있게 만든다."

 유럽 여행은 늘 저녁거리가 문제였다.

 가장 큰 부담은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아침은 숙박비에 포함된 호텔 조식으로 해결이 되고 점심은 퀄리티 높은 길거리 음식이 많아 되레 무엇을 먹을지가 고민이다.

 헌데 저녁은 값비싼 정찬 뿐이니 저녁 값이 여행 경비의 30% 이상를 차지한다.

 게다가 그네들은 저녁 6시가 되면 가게 문을 닫는다.

 우리네 한국인에게 저녁을 먹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다.

 더 괴로운 건, 유럽의 땅거미는 오후 9시가 되서야 지는 탓에 텅빈 거리를, TV는 영어 자막조차 없으니, 멀뚱이 내려다 보고 있으면 허가가 져서 도통 잠을 청할 수 없다.

 그런 배고픔을, 오래 전 독일과 스위스 그리고 스페인에선, 마트에서 산 질긴 빵으로 달랬더랬다.

 눈물의 빵을 먹은 자가 유럽의 저녁을 알테다.

 지난 해 독일의 루터 가도를 따라 여행할 때였다.

 액젓과 매실청, 고춧가루, 깨, 참기름을  다이소에서 구한 소스 용기에 담아가서는 현지에서 산 채소로 겉절이를 하고 라면포트에 햇반을 데워 저녁을 해결했다.

 오 마이 갓! 이 한마디로 그날의 맛을 대신한다.

 허나, 모든 일엔 시행착오가 있는 법이다.

 짐가방에 담긴 액젓이 삭는 바람에 파우치 속에서 폭발하는 테러가 벌어졌다.

 더구나 햇반의 둥근 플라스틱 그릇은 캐리어엔 너무 부담이 되어 몇 개 챙기지도 못해 누룽지로 부족한 저녁을 대신 했다.

 덜 배고픈 허기랄까? 아무튼 절반의 성공에 절반의 좌절이었다.

 이번엔 두 번 실수하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폭풍 검색을 했다.

 그리고, 놀라운 K 푸드의 힘을 알았다.

 100% 건조 새우젓, 그릇 없이 슬림해진 즉석밥, 물만 부으면 다시 살아나는 건조김치, 사실이지 깡통에 담긴 볶음 김치는 병맛이었는데, 아무튼 캐리어엔 빈 공간이, 내 뱃속은 충만함이 가득하리니.

 이번 바울 여정에선 그곳 재료로 집 반찬을 만들고 한정식 한상 차림으로 저녁을 채우게 됐다.   

 렌트카로 그리스 일주를 할 땐 그네들의 밥상에 가장 흔하다는 오이로 깍두기를, 혹시 무우라도 있으면 그네 과일을 곁들인 동치미를 담가볼까 생각한다.

 사는 맛은 음식이 만든다니 여행의 맛이라고 다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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