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오렌지를 위한 사랑6
나는 코르도바로 간다.
-열두 번째 날1-
스페인의 시간은 자정을 넘었다.
하지만 내 머릿속 시계공은 제3 뇌실에 틀어박혀 8시간 전 어제로 시침을 맞춰야 한다는 사실을 좀처럼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차 앞 유리로 빗발무늬는 세차게 아른거리고 와이퍼는 힘에 부친 듯 삐걱댄다.
머리가 아파 온다.
그러고 보니 이틀을 꼬박 아무 것도 먹지 않았다.
나한테는 허기를 채울 양식이, 2만개의 뉴런 뭉치 시계공에겐 리셋할 수 있는 안식이 절실하다.
구글맵의 초록색 화살표가 코르도바로 방향을 잡는다.
낭만의 시인 로르카를 기다리며 죽음이 머물던 곳,
“코르도바, 멀고도 고적한 그곳.”
난 코르도바로 간다.
-열두 번째 날2-
호텔 옆 하얀 회벽의 단층 건물에 마침 불 켜진 레스토랑이 있다.
바 카운터의 한쪽 구석에 앉아 스페인어로 된 메뉴를 스마트폰으로 겨우 해독해 가며 요깃거리를 찾는 사이에 식당 주인이 주스 한 잔을 내온다.
데일 정도로 뜨거운 오렌지 주스다.
갓 짜낸 주스를 굳이 끓여 낼 필요가 있느냐고 물으려는데 어설픈 영어로 “굿 포 콜드!”하고 주인이 권한다.
나를 보는 그의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가 느긋이 흐른다.
“감기에 좋아.”
이렇게 추운 날씨에 비까지 내리는 날이면 아내는 꿀에 재워 둔 오렌지차를 끓여 주었다.
주인은 동양에서 온 마리아가 가르쳐 준 비법이라며 자랑이다.
나는 얼른 그녀를 기억 하느냐고 다그쳐 본다.
별도 없는 밤하늘처럼 맑고 고요한 눈빛을 가졌다고 한다.
아내다.
그녀가 이곳에 있었다.
-열세 번째 날-
아내가 정말 여기 왔을까?
공항과 렌터카 직원들도 그랬지만 이곳 주인도 아내를 기억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카레카레를 좋아했던 아내가 무엇 때문에?
자신을 다시 붙잡아 주길 바라는 걸까?
그냥 놓아달라고 했던 사람이 누군데 이제 와서?
아내는 언제부터인가 무언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초조했다.
밤이 되면 영원히 잠들어 버릴 것만 같아 두려움에 떨었다.
그럴수록 난 우울했다.
아내는 내가 자신과 정반대의 선택을 하리란 걸 충분히 예상했을 것이다.
내가 비와 바람으로 스산한 3월의 스페인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아내의 행적을 찾아야겠다.
왜 그토록 집요하게 자신의 자취를 남겼는지 그 이유부터 생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