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오렌지를 위한 사랑8

사랑해서 사랑을 잃어야 한다.

by Hugo

-열여섯 번째 날1-


그녀는 론다에 몹시 가고 싶어 했다.

해발 635m 고원에 자리한 도시에는 험준한 암벽 위 허공을 향해 위태롭게 터를 잡은 산타와 마리아의 성당이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거절했다.

그곳엔 투우와 격렬한 죽음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혜인은 막무가내였다.

그곳은 누군가와 함께 도망칠 때 꼭 가야 할 도피처라는 게 헤밍웨이의 생각이라고 우겼다.

낯선 땅에서 운전을 하는 데다 그녀와 실랑이를 한 끝이라 더없이 피로했다.

서로 시간을 갖자고 했다.

우리는 국도변에 있는 한 허름한 간이 휴게소 앞에 차를 세웠다.

나는 혼자서 카페테리아에 앉아 에스프레소를 마셨다.

그런데 그녀가 없어졌다.

차 안에 있어야 할 혜인이가 보이지 않는다.


-열여섯 번째 날2-


사랑해서 사랑을 잃어야 한다.

혜인의 고집에 못 이겨 나는 결국 헤밍웨이가 비극적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던 론다에 왔다.

휴게소에서 나는 그녀를 버려두고 떠나야겠다고 모진 마음을 먹으려 들었다.

어차피 헤어질 거라면 혜인에게 하루라도 덜 시달리는 게 편할 거 같아서였다.

그런데 에스프레소 때문에 쓴맛이 가시질 않았다.

하는 수 없이 휴게소 주변의 올리브 나무가 우거진 숲을 헤치며 사라진 혜인을 찾아 나섰다.

그녀는 이름 모를 노란 들꽃이 소담하게 피어있는 둔덕에 서서 붉은 빛으로 물들어가는 서쪽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녀와 작별인사를 하지 못했다.

그리고 어둠을 피해 헤밍웨이의 피난처로 왔다.

그녀와 나는 누에보 다리 위에 서서 우두커니 황토 빛 물줄기가 까마득한 절벽 밑으로 추락하며 질러대는 날카로운 비명 소리를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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