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오렌지를 위한 사랑18
Mox Nox, 곧 밤이 와
-서른일곱 번째 날-
신은 그러나 너무 더뎠다.
지체 없는 세월은 순결한 신의 사도를 눈자위가 푹 꺼진 볼품없는 노인으로 변모시켰다.
그 사이 감색 재킷의 청년도 어느덧 초로의 중년이 되었다.
저 둘은 바람에 흩날리며 시들어가는 오렌지 꽃잎의 안부를 묻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그리고는 그리움으로 일렁이는 노신부의 깊은 눈과
서러움에 젖은 중년의 눈빛이 말 없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키리에 엘레이손,”
면회 시간이 끝나고 노신부가 작별인사를 한다.
나도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하고 배웅을 하려니까
작은 노트가 담긴 봉투를 건넨다.
그것의 표면엔 Korea라는 우체국소인이 선명하다.
-서른여덟 번째 날-
‘Mox Nox, 곧 밤이 와.
해는 떨어져 빛을 잃고 달은 어둠 속에 사위어 갈 거야.
아침은 다신 오지 않아.
망각이 핏발처럼 추억의 자취를 따라 스미어 들면 그리움마저 퇴색하겠지.
내일을 기다릴 생각일랑 하지 마.
오늘을 간직해야 해.
너의 이름은 윤혜인,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
그래서……,
우린 이별을 할 거야.
넌 그마저도 지워버리겠지.
하지만 말이야.
그 사람은 너의 망각이 할퀴고 간 깊은 상처를 오롯이 안고 살아갈 거야.
그게 아물기도 전에 긁고 후벼서 살갗 속에서 붉은 피가 벌겋게 덧날 테지.
아파하는 사람이 있어.
견딜 수 있게 꼭 기억을 남겨줘.
‘목스 녹스, 곧 밤이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