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오렌지를 위한 사랑19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될지 그 어떤 이가 알았을까?
by
Hugo
Oct 24. 2019
-서른아홉 번째 날-
난 그 사람의 이름을 산타라고 지었어.
햇빛 가득한 코르도바의 한 골목에서 우연히 후드가 달린 빨간 야구점퍼를 입은 그를 보자마자 떠올린 거야.
흰색 회반죽으로 벽을 바른 이층집들 사이로 흐르는 좁고 꼬불꼬불한 길을 서성이는 모습이,
어쩌면 산타클로스와 똑같은지.
다만 야윈 모양새가 빨간 외투에 풍만한 풍채의 할아버지와는 영 딴판이었어.
그래서 클로스라는 뚱뚱한 이름을 빼고 산타라고 불렀던 거야.
하얗고 빨갛고 파란 빛의 제라늄 꽃들이,
녹색 잎과 붉은 열매의 크리스마스 홀리처럼 설레는 파티오 뜨락에서,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될지 그 어떤 이가 알았을까?
난 그렇게 봄볕이 흩날리는 날,
“나비다스, 산타”
하고 크리스마스 인사를 했어.
-마흔 번째 날-
“안녕, 마리아”
그 사람이 말을 걸어오길 얼마나 바랐는지 몰라.
산타를 만난 순간부터,
난 그의 뒤를 밟아 오전하고 꼬박 반나절 동안 코르도바 시내를 돌아다녀야했어.
베스키타 알미나르 탑이 보이는 좁다란 꽃의 골목에선 말야.
그의 곁을 지나가면서 어깨를 툭 스쳤는데도, 날 몰라주잖아.
정말 한없이 야속했어.
저녁때가 다 되어서 산타마리아 성당의 오렌지 나무 정원에 들어섰을 땐,
배고픔과 서운함이 한꺼번에 북받쳐 오르지 뭐야.
그리곤 눈물방울을 뚝 떨어뜨렸어.
산타와 마리아가 사는 성당엔 마리아만 혼자 사랑한다는 게 너무 슬펐거든.
그래서 난 기도했어.
오렌지 향기에 실려오는,
“아베 마리아, 오라 프로 노비스 펙카토리부스 눙크 에트 인 오라 모르티스 노스트라이. 아멘”
찬트를 따라 불렀지.
“마리아, 이제와 우리가 죽는 날까지 죄 많은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소서. 아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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