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오렌지를 위한 사랑20

그렇게 슬픈 동화는 시작하죠.

by Hugo

-마흔한 번째 날-


창문을 비쳐 드는 봄날의 햇살,

코발트빛 제비꽃 화분,

한쪽 귀퉁이에 쪼그리고 앉은 세 잎 클로버,

그 위를 너울거리는 하얀 모시나비,

살금살금 고양이 한 마리,

문 열리는 소리,

내 곁의 산타…….

그리울 거야.

망각이 금방 먹어치우겠지만,

기억의 한 조각 부스러기가 떨어질 지도 모르잖아.

만약에, 그래서, 만약에.

그리움이라는 가슴앓이를 할 수만 있다면 기억하고 되뇌고 또 기억할 거야.

깨진 거울 조각이 빛을 반뜩이듯 그리움의 파편엔 눈물 한 방울 반짝일 테니까.

날카로운 조각에 두 손이 찔리고 베여 피가 뚝뚝 떨어진대도,

그리워서 행복할 거야.


-마흔두 번째 날-


시간은 참 빨리도 흘러가네요.

창밖 거리엔 벚꽃 하얀 잎이 하늘을 날아 동화 속 마을로 갔어요.

이제 곧 화사한 봄옷을 입은 추억은 바람에 시든 꽃잎을 따라 길고 긴 악몽에 잠들겠죠.

“프리지아 이본느야, 잊지 마.”

꽃병의 노란 꽃이래요.

참 예쁜 이름이라니까,

내가 그랬다내요.

잊혔나 봐요.

잘 기억나진 않지만 또 많을 걸 잊은 거 같아요.

산타의 얼굴이 전설같이 고독해 보이잖아요.

옛날 아주 먼 옛날,

산타와 마리아가 살았답니다.

어느 날 마리아가 운명의 저주로 깊은 잠 속으로 떨어지자 산타는 쓸쓸히 남았어요.

하나님은 안타까운 마음에 마리아를 별 하나 없는 밤하늘의 별로 만들고,

산타가 부질없는 밤을 지키게 했답니다.

그렇게 슬픈 동화는 시작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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