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오렌지를 위한 사랑21

나는 작은 고양이에요.

by Hugo

-마흔세 번째 날-


여기가 어디일까요?

식탁 하나와 의자 두 개,

바닥엔 산산이 흩어진 유리조각들이 은빛으로 반짝이고 있어요.

그러고 보니 무언가 날카롭게 비명을 지르더니,

그릇이 깨져 나가는 소리를 들은 기억이 나기도 해요.

초조하고 조바심 내며 분노로 가득 차 있지만 아무 의미가 없어요.

어둠이 와요.

모든 것을 덮어버리죠.

작은 고양이 걸음은 빨리 걷는데 너무 더뎌요.

어둠은 성큼성큼 다가와요.

나는 작은 고양이에요.

깨진 유리조각을 사뿐히 밟기엔,

너무 연약한 걸음이었던 것 같아요.

손목엔 피가 흐르고 산타가 울어요.

난 지금 어디 있는 거죠?

어둠 그리고 어둠 그리고 어둠이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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