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오렌지를 위한 사랑22
검은 거울 앞에 앉아 화장을 하고 있어요.
-마흔네 번째 날-
그날은 아내가 미웠다.
응급실 환자 트롤리에 가죽 띠로 묶어 놓았다.
겹겹이 손목을 감은 붕대에 피가 흥건하게 내배고 있었다.
“어디 갔다가 오는 거야?”
아내가 진정제에서 풀려나오며 졸음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왔어.”
나는 성경 속 악마처럼 대답했다.
그녀를 용서할 수 없었다.
<나는 당신을 남편으로 맞아들여 즐거울 때나 괴로울 때나 성할 때나 아플 때나,
믿음을 지키며 당신을 사랑할 것입니다.>
신의 이름으로 아내는 서약했었다.
난 그것을 믿었다.
그러나 망각의 말이 맞았다.
“그녀의 모든 것을 빼앗아 가면 그녀는 틀림없이 당신 앞에서 당신을 저주하겠죠.”
그날부터 내가 미워졌다.
-마흔다섯 번째 날-
아무도 없나요?
내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세요.
이렇게 손짓하며 부르잖아요.
여보세요, 잠깐만요.
바람처럼 매정하게 지나치진 마세요.
밤은 깊어가고 비가 내린다는 말은 정말 궁색한 변명이에요.
지난 밤 달빛은 창백한 얼굴로 유리창을 두드렸는걸요.
듣진 않았지만 난 그래도 말을 걸었어요.
기억나지 않는 어린 시절을,
잊힌 사랑을,
그리고 모르는 진실에 관해 이야기했죠.
달빛이 위로했어요.
“모든 걸 잃어서 지키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겠군요.”
그래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답니다.
“네, 고요만 남았죠.”
난 이제야 검은 거울 앞에 앉아 화장을 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