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오렌지를 위한 사랑25

여행은 끝났다.

by Hugo

-오십 번째 날-


여행은 끝났다.

그것은 오십 번째 날이었다.

그날은 아내의 일기장을 다시 펼쳤다.

미련은 없었다.

다만 하늘을 날고 있었다.

산타가 날고 마리아가 날았다.

“빨간 모자를 쓴 산타는 잊지 않아요.”

아내의 일기장 맨 뒷장에는 까만 화장의 계집애가 거칠게 갈겨 쓴 일기가 있었다.

여행을 떠난 첫째 날,

아내는 물었다.

“그래도 당신을 만났을까?”

제자리로 돌아가는 첫 번째 날,

50일간의 여행을 마치던 그날,

나는 대답했다.

“운명을 믿어”

그래서 산타를 찾기로 했다.


-오십한 번째 날-


숙명이다.

아내는 일기장에 있고 나는 정신병동에 갇혔다.

경찰은 F21 분열형 장애 및 자해 위험의 개연성이 높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진단 결과서에 따랐다고 했다.

아내와 산타를 찾으려면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지요.”

정신과 검진이 있을 때면 병동 뜨락의 벚나무가 알려준 답을 말했다.

그리고는 진찰실 창살 너머 벚꽃 하얀 잎이 지는 걸 바라보며 눈물을 닦았다.

의사는 배우자의 디멘시아 진단에 따른 상실감으로,

급성우울증에 의한 단기정신병적 장애가 있었다는 소견을 알려왔다.

나는 곧바로 정신건강심의 위원회에 퇴원심사 요청했다.

이제 하얀 눈처럼 쌓인 벚꽃 길을 따라 산타의 행방을 쫒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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