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오렌지를 위한 사랑26

그곳에 산타가 있다.

by Hugo

-오십두 번째 날-


일단 루돌프를 찾아야 한다.

전해지는 이야기 속 루돌프는 델피늄 꽃 같은 파란 눈을 가졌다.

북극 툰드라의 칠흑 같이 어두운 겨울을 견디기 위해,

적은 양의 빛도 증폭시킬 수 있도록 눈동자의 반사막 단백질 구조를 촘촘히 짜서,

파란 눈을 또렷이 반짝였다.

그렇게 루돌프는 밤의 암흑을 밝혔다고 한다.

세찬 비가 내리는 어느 여름날,

파란 나비처럼 하늘거리는 델피늄 꽃을 두 눈 가득 담으면서 아내가 말했다.

2억 명의 착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전해주기 위해선,

파란 눈의 루돌프는 크리스마스 새벽 동안 1억 9634만㎞ 초속 2272㎞로 달려야 한단다.

그러면서 루돌프가 끄는 썰매의 궤적을 뒤쫓을 수만 있다면,

우리가 있는 어딘가에 산타가 쉬어가는 정류장을 찾을 거라며 웃었다.


-오십세 번째 날-


12월 24일 오후 11시 30분, 서울 11,482 피트 상공.

북미항공우주사령부의 산타 트랙이 루돌프 코에서 발산하는 빛을 감지해서 계산한 결과에 따르면,

산타의 썰매가 서울을 통과하는 시점은 크리스마스이브의 마지막 밤이다.

그것의 궤도는 늘 정확했다.

그렇지만 시간이 없다.

나는 미쳐 가고 있다.

난폭한 광기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

지금 당장 산타를 만나야 한다.

그의 곁에서 아내가 바라던 안식에 잠들 수 있게 해야 한다.

산타는 이곳 하늘에서 크리스마스의 첫 새벽을 시작한다.

다시 말하면 여기 어딘가 그가 있다.


-오십네 번째 날-


산타의 은신처는 아마도 높은 산령을 넘어 깊은 골짜기에 있을 것이다.

루돌프와 순록들을 기르려면 서늘한 기후에 물이 풍부해야 한다.

게다가 한때 역참이었으리라.

선물을 배달하기 위해선 지리적으로 물류와 운송이 편리한 교통로이어야 하니까.

당연히 그의 은신처엔 역참을 뜻하는 ‘원’이란 지명이 있을 테다.

물이 많으니 ‘수’라는 이름도 붙겠지.

수원…….

하지만 그곳은 숨어 지낼 만도 서늘하지도 않다.

어림잡아도 강원도 어디쯤이 제격이다.

그것도 찬 기온과 풍부한 물, 골은 깊고 산세는 험준해야 한다.

그렇다면 단 한 곳뿐이다.

조선 ‘택리지’에서

“기후가 차고 두메 속에…….

물은 푸르고 산이 형용하기 어려운 별스러운 맑은 기운이 있다.”고 정확히 가리킨 그곳.

횡천이 분명하다.

남은 건 지도에서 ‘수’와 ‘원’이 들어간 지명을 찾는 것이다.

그곳에 산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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