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테의 조용한 시간 11

하나님의 셈법

by Hu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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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과 함께 맞는 첫해 겨울이었다.
언제부턴가 한쪽 발을 털 안에 감추고
슬그머니 시선을 피한다.
그리고는 짐짓 깃을 펴고
앳된 소리로 재잘거린다.
유심한 눈길에 각질 덮인 발이 들어왔다.
아무래도 이상하다 싶어 병원으로 향했다.
진드기 감염으로 저체중이 더 문제란다.
“한밤중에 횃대에서 자다가
바닥으로 고꾸라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더니만,
이제 오 개월 갓 넘긴 아기 새라며
“시중에서 만 오천 원에 거래되죠.”하고는
영수증 한 장을 내민다.
진찰비 기본 15,000원 + 엑스레이 50,000원
+ 초음파 60,000원 + 주사 30,000원
+ 항생제 20,000원 + 영양제 45,000원
+ 외용제 연고 10,000원 =청구금액 230,000원
마땅히 잇속부터 따져본다.
‘청구금액 230,000원 – 몸값 15,000원’
어이없는 계산이다.
그 셈법을 알기라도 하는지
녀석은 주둥이에 쑤셔 넣는
주사기의 쓰디 쓴 약물을 잘도 넘긴다.
약기운에 취해 졸다가도 다가가면,
애써 아무렇지 않다는 듯
깃을 펴고 재잘거린다.
하루 세 번,
몸값 만 오천 원짜리가
이십 삼만 원의 쓴 약을 삼킨다.
어느 아침,
보잘 것 없는 생명을 버텨낸 녀석을 보며
불현듯 한 가지 의문을 던진다.
‘하나님도 나를 두고 잇속을 따지실까?’
단 한 번도 나는
하나님의 셈법을 생각한 적이 없다.
그래서 난
애써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기도하지도 않는다.
그 곁엔 만 오천 원짜리 녀석이
발버둥을 치며 값싼 생명을 살아간다. -Tote-


하루는 하나님의 아들들이 와서

주님 앞에 섰는데,
사탄도 그들과 함께 서 있었다.
주님께서 사탄에게

"어디를 갔다가 오는 길이냐?" 하고 물으셨다.
사탄은 주님께

"땅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오는 길입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주님께서 사탄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내 종 욥을 잘 살펴보았느냐?
이 세상에는 그 사람만큼 흠이 없고 정직한 사람,
그렇게 하나님을 경외하며

악을 멀리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자 사탄이 주님께 아뢰었다.
"욥이,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이

하나님을 경외하겠습니까?
주님께서, 그와 그의 집과 그가 가진 모든 것을 울타리로 감싸 주시고,
그가 하는 일이면 무엇에나 복을 주셔서,
그의 소유를 온 땅에 넘치게 하지 않으셨습니까?
이제라도 주님께서 손을 드셔서,

그가 가진 모든 것을 치시면,
그는 주님 앞에서 주님을 저주할 것입니다.“
-욥기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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