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테의 조용한 시간 12

걱정, 두려움, 불안 이 세가지는

by Hu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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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과 불안, 두려움.
이 세 가지는……”
어느 지혜자는
버려야 할 집착이라 하고,
어떤 지혜자는
생존을 지키려는 본능이란다.
아무튼지,
모든 척추동물은 운명처럼
걱정하고 불안하고 두려워하는
감정 조절장치를 가진다.
아미그달라, 아몬드를 닮았다고
세상의 지혜자들이 지은 이름이다.
아몬드 열두 알 무게의 녀석도
척추는 있다고
아미그달라는 지녔나보다.
걱정과 불안과 두려움으로
새장 안에만 틀어박혀
밥을 먹고 잠을 잔다.
그렇게 집착과 본능에
충실한 녀석은,
그 곁에서 늘 시중을 들던
팔순 노모가 아픈,
그런 날이었다.
노모의 머리맡에 놓인
새장 한 구석에서
걱정과 불안과 두려움으로
밥도 안 먹고 졸지도 않는다.
온종일 성당 외벽의 괴물,
가고일 석상같이
버티고 앉아만 있다.
“걱정과 불안, 두려움.
이 세 가지는……”
어느 지혜자는
버려야 할 집착이라 하고
어떤 지혜자는
생존을 지키려는 본능이라는데
새장 안의 녀석은
더욱더 집착하고
생존을 지키려는 본능을 잊고
밥도 먹으려도 잠을 자려고도 않는다.
아미그달라가,
걱정하고 불안하고 두려워하는
감정 조절장치가 고장 나서
성당 외벽의 괴물이 되었다.
그 기괴한 변신 앞에
팔순 노모의 몸은 아프고
이상하게도,
나는 마음이 아프다.
이제까지
무엇을 걱정하고
불안하고 두려워했을까?
그런 내가 아프다. -Tote-

너희가 누구를 두려워해야 할지를
내가 보여 주겠다.
죽인 다음에 지옥에 던질
권세를 가지신 분을
두려워하여라.
그렇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그분을 두려워하여라.
-누가복음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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