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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루가 May 10. 2020

연예기획사에 가고 싶어요.

안하고 후회하느니 하고 후회하자! 

#나의시작 #나의도전기


나는 성실하지만, 끈기가 없다.


"나는 내가 성실하지만 끈기가 없다."고 생각했다. 연예기획사에서 첫 일을 시작하고 나서, (업계의 특성 상 이직이 많은 분야이긴 하지만) 한 군데에서 진득히 자리를 잡지 못했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고 꾸역꾸역 그 일을 이어가려고 했었기 때문에 여기저기 회사를 떠돌아 다녔던 것 같다. 보통 성공한 사람들의 책이나 서점에 있는 자기개발서를 보면, 본인이의 업적을 나열하고, 본인이 일하는 업계의 장밋빛 미래를 그리고, 꼭 여러분도 도전해서 성공하라는 내용이 많다. 나는 아직 성공하지도 않았고, 나 역시도 새로운 업계에서 내 커리어를 쌓아가며 성장하고 있는 사람으로,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직장인이나 사회 초년생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일단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나와서 다른 길을 찾아 봐라.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연예 기획사에 입사하다!


나의 첫 사회 생활은 연예기획사 홍보팀 직원이었다.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일하는 것을 원래부터 원하지는 않았다.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던 계기는 일단 대학교 때 체코로 교환학생 갔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 체코에서는 정말 아무 고민도 하지 않고, 세상 편하게 살았다. 체코에서도 프라하에서 4시간 정도 떨어진 아주 작은 도시였는데, 일단 동양인 자체도 거의 없었고, 나를 아는 사람도 없어서 주위 눈치를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삶이 좋았다. 한국에서 지내면 누구누구는 대기업 어디어디에 취직했다더라, 너는 졸업하고 뭐할거니 등등 주위에서 듣는 소리가 많아서 이것저것 신경쓸 것들이 자연스럽게 많아진다. 하지만, 그곳에서는 어디에 취직할 건지 물어보는 사람도 없고, 모두들 그저 현재에 충실한 생활을 한다. 그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자율적으로 판단하면서도 마음 자체가 편안했던 시기였던 것 같다. 하루 하루 내 감정과 그 도시의 사람들, 산책로에 핀 꽃, 크리스마스가 되면 열리는 마켓, 분수 옆에서 뛰노는 아이들, 아름답게 지는 노을, 상점의 예쁜 소품들..뭐 이런 사소한 것들에 집중하면서 지낼 수 있어서 좋았다.   


교환학생 생활을 했던 도시에서 자주 갔던 레스토랑에서... 
기숙사에서 내려다 본 풍경
도시에 작은 산책로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


그렇게 교환학생 생활을 마치고 나서 한국에 돌아오니 갑자기 마음이 불안해졌다. 대학 졸업반이 되었고, 졸업하기 전에 남들이 알아주는 직장에 취업해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분위기에 휩쓸려, 남들이 다 들어가고 싶어하는 곳, 대기업 취업 준비를 했다. 남들도 다 대기업 준비를 하니까! 그렇게, 인적성 준비에 면접 준비, 시사 상식 공부도 열심히 했다. 그렇게 어찌저찌 서류는 꽤 통과되어서 면접을 볼 기회가 몇 번 생겼다. 문제는, 잘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는 분야의 면접을 봤다는 점이다. 통신사, 항공사 등등 평생 관심도 없었던 분야의 기업에 면접을 봤고, 당연히 보기 좋게 떨어졌다. 내가 면접관이어도 나를 안뽑았을거라고 생각할 정도로, 그 분야에 관심이 없었다. 


그렇게 몇군데 더 면접을 봤지만 떨어졌고, 마지막에는 싸트라는 산(시험)을 넘으면 그래도 합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삼성 에스원도 싸트까지 통과해서 면접을 봤지만 탈락! 아직도 기억난다. 아침 일찍부터 정장을 입고 초조한 마음으로 대기한 끝에, 면접실에 들어갔고, 여기서 뭘 해보고 싶냐는 질문에 말도 안되게 "에스원의 보안 체계를 잘 홍보하고 싶습니다."라는 어이없는 답변을 하고는 면접을 마쳤고, 당연히 떨어졌다. 솔직히, 보안 업계에 관심도 없고 내가 뭘 할수 있는지 나 자신도 의문인데, 수많은 인원을 면접 본 면접관들은 눈빛만 봐도 "아~ 이 사람이 우리 회사에 관심이 없구나"하고 딱 보였겠지. 


안하고 후회하느니, 하고 후회하자!


행복 회로를 잠깐 돌려서, 나름 면접을 잘 봤다고 생각했고, "그래도 나는 나름 인상이 좋으니까(?) 합격하지 않았을까? 싸트도 통과했는데?"라고 생각하며 결과를 기다렸는데, '탈락하셨습니다'라는 안내를 보고 기대한만큼 상심이 컸다. 그 이후로 약간 패닉에 빠져 지내다가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서 내가 좋아하는 일이 뭔지, 하고 싶었던 일이 뭔지 다시 찬찬히 고민해보기로 했다. 학창시절때부터 아이돌 그룹들을 좋아하면서 나중에는 내가 이런 아이돌을 기획해서 만들어보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내 마음 속의 목소리를 다시 꺼내어 듣기 시작했다. 그런 내면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그저 남들이 보기에 좋은 직장, 대기업에 취업하는 걸 목적으로만 삼았던 거다. 그만큼 남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의사결정을 했던 것이다. 그 이후로, "그래! 내가 하고 싶었던걸 해보자!"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참고로, "안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하고 후회하는 것이 낫다"는게 내 생활 신조이다. 그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렇게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입사해보자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그 후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첫 사회 생활을 하며서 치열하게 일해봤기에 오히려 미련없이 떠날 수 있었다. 


해보고 싶은 일에 도전하자.


아무튼, 그런 결론을 낸 이후에는 사람인과 잡코리아(+미디어잡)에서 엔터테인먼트, 연예 기획사 카테고리를 눌러서 입사 지원을 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남들이 다 아는 대기업들, 좋은 기업들에 비하면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인지도나 급여, 복지 등등이 비교할 수 없을만큼 낮다. 그래도, 하고 싶던 일을 해보자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고,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도전했던 과거를 후회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때 도전을 해봤고 내가 직접 겪어봤기 때문에 이 쪽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줄 수도 있고, 진심어린 이야기를 전해줄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입사 지원을 하고, 면접을 보게 됐고 합격해서 연예 기획사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급여도 낮았고, 격주 토요일 출근에 야근도 많았지만 그때는 내가 해보고 싶었던 일이었고, 잘해보고자 하는 욕심이 컸고, 무엇보다도 누가 떠밀어서 시작한 일도 아니었고, 내가 하고싶어서 선택한 일이었기 때문에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면서 배워 나갔다. 야근도 많고 일도 많아서 힘들 때도 많았지만, 그래도 일반 회사에서는 겪지 못했던 소중한 경험들을 많이 쌓았다. 음악 프로그램 1위를 해서 함께 기뻐했고, 화보 촬영 결과물이 예쁘게 잘 나와서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면 기분이 좋았고, 배우가 출연한 드라마가 잘 되고 연기 호평을 받으면 덩달아 나도 뿌듯했으니까! 


결과적으로는 직접 경험해보니 나의 성격이나 적성과 맞지 않다고 판단해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계속 커리어를 쌓는 것을 포기했다. 지금은 내가 원하는 다른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서, 화장품 업계로 옮겨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만약에 내가 첫 직장으로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입사하지 않았다면? 아마 "아~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한번 일해볼걸. 재밌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과거에 얽매여 지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맛있어보이는 음식도 실제로 먹어봐야 맛있는지, 상했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까 결론은, 본인의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 그리고 만약, 연예기획사에서 한번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회 초년생이나 취업 준비생이 있다면 죽이되는 밥이되든 일단 한번 도전해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한 번 시행착오를 겪은 사람의 진심어린 이야기다. 해보고 후회해도 늦지 않는다. (혹은 나와는 반대로, 본인의 적성에 맞아서 엔터 업계에서 승승장구해서 나중에 BTS같은 유명 아이돌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그 누가 알겠는가?) 그러니, 일단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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