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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루가 Jul 12. 2020

나는 실패하고 있는 중입니다.

#나의 실패 #나의 두려움 #엔터테인먼트 

첫번째 실패, 남들 다 가는 대기업에 가고 싶어.

나의 첫 직장 생활은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시작되었다. 대학 졸업 직전까지만 해도, 주위에서 모두 대기업 준비를 하니까 그 시류에 휩쓸려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을 외면한 채, 누구나 가고싶어하는 대기업 입사 시험 준비를 했었다. 운 좋게도 몇번은 서류에 합격하고 인적성에도 통과되어 면접을 보러 간 적이 있지만, 번번히 낙방. 그럴만도 했다. 대기업이라는 이름만 보고 지원을 했고, 면접때 내가 말한 이야기들은 알맹이 없는 껍데기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너무 내 생각없이 그저 남들이 지원하니까, 옆에 친구들과 언니 오빠들이 대기업에 원서를 쓰니까 나도 당연히 써야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지배했었다. 어리석게도 그렇게 번번히 떨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예전부터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은 뭐였지? 그 분야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라는 생각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지금 대학 생활을 하는 분들이나,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분들은 꼭 본인의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만의 주관과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그 어떤 시간보다 소중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내가 진짜 하고 싶었던 내면의 소리는 무시한 채 겉보기에 좋아보였던 대기업에만 지원했던 내 과거가 첫번째 실패다. 


두번째 실패,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떠나다.

그렇게,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학창시절부터 아이돌그룹의 무대를 즐겨보고, 그들을 동경했던 시간들이 떠올랐고, 가끔 "난 나중에 아이돌 그룹을 만들거야"라고 반 농담, 반 진담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이야기했던 내 자신이 떠올랐다. "그래!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들어가서,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들을 더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아티스트로 만드는 일을 해야겠다."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그런 생각이 머리를 지배하자, 그 이후에는 속전속결로 취업사이트에서 엔터테인먼트 회사 카테고리를 검색해서 입사지원을 하기 시작했다. 운 좋게도 한 군데에서 연락이 왔고, 진솔하게 내 이야기를 풀어냈고, 입사할 수 있게 되었다. 


두번째 실패라고 쓴 이유는, 그렇게 야심차게 들어간 엔터테인먼트 회사였지만, 내 열정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시스템을 받아들이기에는 부족했다는 한계에 봉착했고, 약 4년 남짓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발을 담구고는 업계를 떠나게 되었기 때문이다.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특히, 트렌드에 민감하고, 연예부 기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하고, 실시간 이슈가 많기 때문에 주말, 밤낮없이 업무를 쳐내야 했고, 그것들은 결국 스트레스로 점점 쌓이게 되었다. 내 열정으로 감내하기에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바라보고 참고 견뎌내기에는 너무나도 힘든 시간들이었다. 그래서,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하고,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떠나게 되었다. 


실패라고 적긴했지만, 이 시절의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의 경험이 없었다면, 만약 내가 주저하면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도전하지 않았다면? 아마 아직까지도 "아~ 내가 좋아했던 엔터테인먼트 홍보 일을 한번 해볼걸" 후회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직접 경험해봤고, 직접 부딪혀봤기에 내 적성과 맞는지 체득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내가 뭘 잘하는지, 그 일이 나에게 맞는 일인지 알 길이 없다. 지금도 나의 적성, 나의 진로와 관련해 방황하고 있는 분들께, 일단 몸을 던져서 시작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어느 예능 프로그램에서, 개그맨 박명수가 했던 말처럼 "늦었다고 생각할때가 정말 늦었으니 빨리 시작하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청춘들이여, 일단 질러보자! 


그렇게 여러번의 진로에 대한 실패를 겪고 나서, 나는 다시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아이돌 그룹을 만들거야!"라는 말을 하면서도, 은연 중에 "화장품 홍보하는 일을 할거야!"라는 말도 많이 하고 다녔던 나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이렇게 마음이 확고해지니 그 뒤에 일은 역시나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들으면 모두가 아는 큰 뷰티 브랜드의 홍보를 맡고 있는 화장품 홍보 대행사에 입사해서 경험을 쌓았다. 대행사는 만능이어야 한다. 힘들때도 많았지만, 다 해내야 하는 대행사의 특성 덕분에 안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경험을 했고,  화장품 브랜드 홍보 담당자로 일하고 있는 현재의 직장에 입사할 수 있게 해준 소중한 순간들이었다. 지금도 브랜드 홍보 담당자로서, 내가 일한만큼 매출이 나오지 않거나 반응이 없을 때 스트레스를 받는 일도 당연히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우리 브랜드를 좋아해주고, 우리 제품을 잘 사용하고 있다는 피드백을 받으면 뿌듯하고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끼며 하루하루 열심히, 충실히 말 그대로 자아를 실현하면서 회사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떠나게 된 실패가 없었다면 결코 느껴보지 못했을 감정들이었을 것이다. 


나는 어쩌면 지금도 실패하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실패라는 단어가 부정적으로 주로 쓰이지만, 실패야말로 더 나은 내일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평소 성격인 안 좋은일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기분 나쁜 일도 금방 잊어버리는 성격탓일수도. 다소 진부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실패가 없으면 성장도 없다. 이전에 실패를 해보았기에 나를 되돌아보고 반성하고, 도약해서 다른 세계로 나아갈 수 있었다. 알을 깨고 나온 새처럼말이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새로운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더 많은 실패를 경험해보길. 우리 모두 다같이 실패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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