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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수지향 Jan 14. 2019

스스로 상처주는 사람

2016.8.17

고백컨데, 나는 스스로 상처주는 사람이다.


그것은 못난 열등감의 표출일 수도 있고, 지독한 애정결핍의 반증일 수도 있고,

그저 조금 더 따뜻하게 대해주길 바라는 작은 투정일 수도 있다.



짧은 꿈을 꿨다.

사랑하는 사람과 여행에서 돌아오는 꿈이었다.

그는 집에 가고싶다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지하철로 향했다.

이태원역처럼 붐비는 숙대입구역에서 나는 내 가방 안에 그의 핸드폰이 두개나 들어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하나의 폰에는 주식 차트가 떠 있었는데, 주식을 안하는 사람이 왜 이런걸 보고 있지? 하는 생각과 함께.. 누구걸 주웠나? 하고 그냥 뒀고, 나머지 진짜 폰을 보는 순간 연락을 해야 하니 이걸 갖다줘야 하는데.. 하는 생각과 동시에 판도라의 본능이 발휘되어 심장을 두근두근 하며 어딘가로 숨었다.

그리고 카톡을 열었다.

제자들로 보이는 문자들과 그 속에 하나

전국영이라는 이름과 함께 교회에서 알게된 사람인지 하나님 안에 어쩌구 저쩌구 주고받은 카톡이 있었다.

최근의 내용은, 그래 떠나자 우리 다시 회복하자 이런 내용이었고 이게 뭐지 하고 올려보니

아주 옛날에 성범죄를 당한듯 그 사람이 상담을 받기 전에 관련 법조항이나 자료들을 페이지가 엄청 넘어가도록 주고 상담결과가 어떠냐고 한참 묻고 있는 내용이 있었다. 그 사람은 상담 결과가 뭐 그런 것은 잠깐이고 지나갈 것이다 라고 들었다고.. 오빠는 안타까웠는지 그런 상처는 꼭 치료받아야 하는 것이라며 같이 이겨낼 수 있다고 엄청난 의지를 보이는 카톡이 있었다. 그 사람은 회의적이었다.

보는 내내 의심과 약간의 측은함이 뒤섞인 모호한 감정을 느끼다가

결국 이걸 이렇게 보고 있는거 자체가 해선 안되는 일이고, 나는 또 스스로 상처를 주고 있구나 하고 오빠에게 폰을 갖다주러 가려다가 깼다.



그리고 왠지 냉랭한 오빠의 태도에 또 스스로 상처를 받고 있다.


참 구제불능이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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