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어은동에 위치한 (주)재작소 인터뷰
"버려지는 플라스틱을 재활용할 순 없을까? 가까운 내 손 안에서 말이야."
(주)재작소 조미림 대표 인터뷰
처음에는 은영 상점을 인터뷰하려고 했다. 은영 상점은 대전 어은동에 위치한 제로 웨이스트 가게인데, 거대한 숲은 상상치 못하고 가게를 운영하는 소소한 이야기를 나눌 작당이었다. 알고 보니 은영 상점은 동네에 보이는 일부분이고 재작소, 버들서점, 나선지대 등 다양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었다. 오늘은 다시 만드는 곳, 이라는 뜻을 가진 재작소를 먼저 파헤쳐 보고자 한다.
재작소를 쓸 때는 오타에 주의해야 한다. 만들 '제(製)'작소가 아니라 ‘재’작소이기 때문이다.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다시, 새롭게 만드는 곳이라는 뜻을 가졌다. 제작소 조미림 대표는 고쳐 쓰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고치고 또 고쳐 그 물건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놓아주지 않는 근성과 세상에 탄생한 존재를 향한 존중은 그의 삶을 이루는 오랜 습관이다.
그가 최대한 오래 지닐 수 있는 자신만의 물건을 만들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한 메이커 일은, 만드는 행위를 통해 사회와 환경을 변화시키는 혁신가의 길을 열어주었다. 쉽게 소비하고 그보다 더욱더 손쉽게 버려지는 물건이 난무하는 시대를 살며 우리는 어떤 고민과 실험을 할 수 있을까. 메이커 조미림 씨의 이야기는 버려지는 것들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과 긍정적 상상을 무엇이라도 꺼내 보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목요일마다 옷을 수선하거나, 굿즈를 만들거나, 전자제품을 고치는 등 테마를 갖고 메이킹 데이를 운영하고 있어요. 편의상 목요일이라고 정해놨지만, 이 공간 자체는 항상 열려있어요. 목요일이 아니어도 지금처럼 편안하게 와서 무엇이든 작업할 수 있어요.
목요일 오후, 우리는 재작소의 메이커 공간에서 만났다. 가게에 들어서면 길고 큰 테이블이 있다. 시시각각 편하게 음료도 마시고, 작업도 하고, 책도 읽다가, 손으로 물건을 직접 만드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공간으로 변신하다. 사실 아무 때나 와서 쉬어가도 되지만 요일을 정해주지 않으면 아무도 오지 않는다며 매주 목요일을 '메이킹 데이'로 지정했다. 이날 인터뷰를 하면서 같은 테이블의 누군가는 굵은 실로 바구니를 만들고, 누군가는 바지를 수선하고 있었다.
Q. 같이 만드는 워크숍이 재작소만의 차별점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기본적으로 창작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그러면서 제작하는 사람들이 조금 더 환경을 먼저 생각해 주길 바랐어요. 굿즈 하나를 만들더라도 환경을 너무 해치지 않는 것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메이커 스페이스를 운영하다가 제로 웨이스트 숍을 같이 하면서 고민이 많았어요. 제가 완벽한 제로 웨이스트에 다가가기에는 아직 부족하거든요. 하지만 저부터 노력하고 함께 배우고 만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여기에 왜 서점이 있냐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버들 서점을 운영하시는 송송이 선생님은 원래 대전 환경 교육센터에서 활동하는 선생님이셨어요. 송송이 선생님으로부터 제로 웨이스트에 관한 고민에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그래서 제가 여기에 서점을 먼저 제안하게 되면서 이렇게 함께 하게 되었어요.
Q. 주로 어떤 작업을 하시나요?
저희는 사회에서 도움이 되는 것들을 만들고자 해요. 입구 창가 쪽에 보시면 버려진 플라스틱으로 만든 명함 꽂이, 돌고래 열쇠고리, 칫솔 꽂이, 성당에서 요청하신 십자가 등이 있어요. 그리고 이건 반짇고리인데 젊은 사람들은 보통 반짇고리가 없으시더라고요. 그래서 수선 매뉴얼 책자와 반짇고리 세트 상품을 개발해서 팔고 있어요. 그리고 곧 저희가 개발한 샴푸 바 비누도 판매할 예정이에요. 이렇게 저희 제품을 하나하나씩 늘려가는 중이에요.
뭔가를 하는 걸 좋아해서 항상 그냥 해가는 것 같아요.
“난 잘 살 거야!” 하는 약간의 증오가 저의 원동력이 됐던 것 같기도 해요.
저는 재밌게 잘 살고 싶어요. 재만 선생님, 송이 선생님, 동료들과 함께 하는 게 너무 즐거워요. 떼돈을 벌지는 못하더라도 지금처럼 저희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해나가면서 저의 뚜렷한 목표를 찾아가고 있어요.
로잇스페이스 인터뷰 중에서.
하지만 재활용은 플라스틱 문제 해결의 해답이 아니다. 수집하고 분류하는 데도 손을 거쳐야 하고, 세척부터 분쇄, 가공까지는 물과 전기를 사용한다. 결국 중요한 건 ‘소비 단계에서 플라스틱을 줄이는 것’이다. 여러 번 쓰고 오래 쓸 물건을 소비하고 사용하는 방법으로 말이다.
환경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혼자 힘으로는 부족함이 느껴질 때가 있다. 텀블러 들고 다닌다고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고 누군가 말한다면 이렇게 답해주고 싶다. 세상은 안 바뀌지만 내가 사는 세계는 바뀐다. 어떤 세계에서 살 것인지는 스스로의 선택에 달렸다.
/로잇스페이스 loit@loitspac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