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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제이 Jul 04. 2022

[경추 르포] 첫 도수치료


새벽 2시 반, 누우면 더 심해지는 통증 때문에 섰다 앉았다하며 쓰기 시작했다. 퇴고처럼 몰두 본능을 자극하는 작업을 할 수 없어서 매우 날 것의 ‘경추 르포’가 될 예정이다.




그러니까  ‘책임이라는 말이 가끔은 무서운 거다. 일말의 의심을 가지고 있는데 상대가 책임을 진다고 하면 겁이 난다. 치료사는 나의 통증에 진심으로 공감해주었다. 표정만 봐도   있었다.  점에서 나도 진심으로 감사함을 가졌다. 그러나  만남에서부터 과도한 열의를 보이는 치료사의 손맛에 나는 살짝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책임감과 불안감으로 서로 간의 감정의 미스가 나자  목과 어깨는 긴장을 하기 시작했다. 똘똘 뭉쳐 외부의 손길을 저항하던 근육들이 때때로 성대를 통해 비명을 내질렀다. 으헉-! 도수 치료실은 4 방이 연결되어 있는데 2미터가 조금 넘는 가벽으로 공간이 분리되어있다. 벽체를 넘어간 -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돌아온다.   사람도 어딘지 꽤나 아픈 모양이다.


치료사는 목 양옆을 지나가는 가장 두꺼운 근육을 손으로 문지르다가, 다시 팔을 굽혀 팔꿈치 아래 전완으로 견갑골 라인 안쪽을 지압했다. 얼굴을 침대의 구멍 난 곳에 맞춰 엎드린 상태라서 목에 압박감은 덜했다. 치료사는 15분 정도 열심히 마사지를 하다가 선풍기를 틀었다. 내가 치료에 공백을 느끼지 않도록 재빠른 손놀림이었다. 누군가가 나를 위해 땀이 날만큼 힘을 내준다니 고맙고, 정말로 차도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마사지나 도수치료는 매우 진실한 노동이다. 건성으로 하면 받는 사람의 몸이 대번에 알아차린다. 마사지를 받아본 경력이 사당 개가 사당을 차릴 정도로 쟁쟁한 나는 치료사의 열과 성은 의심하지 않았다.


치료의 결과라는 영역은 다른 문제였다. 견갑골에 이어서 대흉근이나 소흉근 일부, 팔 전체에 이어 집중적으로 승모근과 어느 지점을 집요하게 파고들던 치료사의 손이 이윽고 멈췄다. 이제 앉아서 목을 위로, 아래로, 왼쪽, 오른쪽으로 돌려보라고 했다. 통증은 몰라도 위만 빼고는 기능 상 움직이는 게 가능하니, 치료사가 흡족해한다. 확신에 찬 어조로 좀 어떠세요, 조금 나으시죠?라는 질문에 솔직하게 답을 할 수가 없었다. 매우 긍정을 담은 닫힌 구조의 질문에는 아니오, 전혀요라고 매우 부정을 담아 대답 말할 수 없게 만드는, 약간의 폭력적인 요소가 들어있다.


“음, 네 그런 것 같아요.”


확고한 그의 눈동자에 실망을 안겨주지 않으려고 원하는 대답을 적당히 해준다. 치료사는 치료 내내 ‘괜찮아지실 거예요, 걱정 마세요.’를 주문처럼 외웠다. 나의 불안감은 상쇄되지 않았지만 믿고는 싶었다. 초록색 세라밴드를 양손으로 잡고 벌리면서 견갑골을 모으는 운동과, 수건을 목에 걸고 저항하면서 목을 뒤로하는 운동 두 가지를 안내받고 다음 치료 예약을 했다.


“나아지실 거예요. 제가 정말 책임지고 잘해드리겠습니다.”


이왕 받기로 한 거 세 번은 받아보자. 병원을 나서면서 쿠팡에서 만 원 남짓하는 초록색 세라밴드를 로켓 와우로 주문했다.




12시, 1시 반, 2시 50분, 4시 10분, 5시.

수면 시간이 지속될수록 더 자주 깨고 있었다. 통증이 나아진 것 같은 느낌은 착각이었다. 이제는 목을 움직이지 않아도 어깨와, 특히 견갑골 주변이 아파서 견딜 수가 없다. 일어나 앉으면 목은 약간 파스를 바른 듯 화하고, 강도 높은 운동을 한 듯 등 쪽 근육들은 놀라서 통증의 칼춤을 춘다. 처음에 양쪽 승모근 사이의 통증이 아래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다시 누우면 미세한 움직임에도 목과 등이 찌릿찌릿하다.  통증으로 감히 뒤척이지도 못하는 몸을 산송장처럼 누이고 천정을 보는 눈만 말똥거린다. 어디서부터 잘 못 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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