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에 삼신할머니는 더욱 바쁘다?

by 청두유

코로나 이후 주변에서 임신 소식이 많이 들려왔다.

전 세계적으로도 여러 학자들은 사람들이 외출을 하지 못하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재택근무 등으로 육체적 피로도가 감소하면서 출산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었다고 한다.

인생사는 각자 알아서 결정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해왔지만 또 사회적으로 큰 흐름, 대세가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서른 언저리. 이제 임신과 출산이 빈번히 들려올 나이가 되었음을 감안하더라도 사례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사실이었다. 몇 년째 임신을 시도했지만 되지 않아 고민하던 직장 동료들, 이제는 포기했다고 말 한지도 몇 년이 된 사람들에게도 기적이 찾아왔다. 삼신할머니가 코로나 시대에 더 열심히 일하시는구나 싶었다.


한국에서는 코로나로 인해 결혼식이 많이 줄었지만, 외국에서는 오히려 약혼이나 결혼 소식이 더 많이 들리는 것 같았다. 특히 교제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약혼을 결심하는 커플들을 종종 보았다. 각자의 사정은 알 수 없다. 다만 추측하건대 예전에는 일주일에 두세 번 만나서 데이트하며 1년 정도 교제하면서 서로를 알아갔다면, 요즘은 집 외에는 만날 수 있는 장소가 없기 때문에 같이 사는 커플들이 많아지면서 단기간에 서로를 더 깊게 알 수 있어서 결심이 선 게 아닐까 싶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비 온 뒤에 볕 들 날이 온다 등 여러 격언과 속담이 떠올랐다. 자유롭게 다니지 못하고, 질병의 공포에 떨어야 하는 무료하고 불안한 일상에 색다른 이벤트가 필요했던 사람들이 약혼, 결혼 및 출산 등을 결심하면서 나름 코로나를 잘 극복해나가는 것이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직장 동료, 친구의 친구, 아는 사람들 등 쉽사리 들을 수 있던 정보들은 전체 현상을 포괄할 수 있는 데이터가 아니었다.

Lockdown 이후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출산율이 늘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미국 Brookings Institution think tank에서 조사한 연구(링크)에 따르면, 2020년 출산율이 급격하게 줄어들었으며, 2021년에는 약 30만 명 정도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한다. 유럽에서 진행된 조사(링크)에서도 독일과 프랑스에서 2020년 임신을 계획했던 커플 중 50%가 임신을 미루기로 결정했다고 하며, 그 외에 이탈리아, 스페인에서도 출산율이 감소하는 결과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코로나로 인해서 경제적인 타격을 입고, 병원에 가는 것조차 무서워하게 되면서 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는 한국에도 해당되었는데 올해 1월 출산율이 6.3% 하락되었다고 발표했으며 출산 시 지급되는 아이 돌봄 카드의 발급 율도 줄어들었다고 한다. 늦은 나이에 출산을 하는 여성들의 비율은 많이 늘었으나, 2-30대 부부의 출산율을 바꿀 정도로 큰 영향을 끼치지는 못했다고 한다(링크).



직접 보고 듣는 세상이 사회에서 얼마나 작은 퍼센트에 해당하는 사례였는지 실감했다. 조금만 더 고민해보면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직장 동료들, 근처에서 들려오는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대기업, 외국계 기업에 다니거나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었다. 안정된 직장과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코로나로 외출이 힘들지만 경제적으로 타격이 크진 않았기에 다른 고민들을 시작할 수 있었다. 재택근무로 인해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생겼던 정신적 스트레스, 출퇴근이 주는 육체적 피로가 감소했고 이는 아이가 생기기에 더 건강한 몸과 마음을 만들어주는데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당장 생계가 막막해진 사람들은 출산을 생각하기 어려웠을 게 당연했다. 팍팍해진 삶으로 인해 미래에 대해 자조적이고 비관적인 마음이 생겨버린 사람들에게 출산은 더 먼 이야기가 되어 버린 것이다.


약혼을 하는 사람들의 소식이 많이 들린 이유 중 하나도, 이곳에서 대학생 신분으로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대학원생, 박사생을 주로 만나다 보니 파트너와 더 안정적인 시작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사회 전체의 데이터는 달랐다. 실제로 가정 폭력 신고 사례도 높아졌고, 이혼율이 늘어나기도 했다.

모두에게 코로나가 다른 얼굴로 다가갔다. 내가 마주치지 않았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얼굴은 아니었다. 경험에는 한계가 있기에, 우리는 의도치 않게 세상을 선별적으로 바라보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영국에서 기차를 타면 흘러나오는 CCTV 광고 문구가 있다.


“See it. Say it. Sorted.”


세상과의 단절이 심해지고 소통이 옅어지는 코로나 시대에 이 문구를 한번 더 마음에 새기고 싶다. 세상을 더 넓게, 더 유심히 보고, 서로의 다름을 이야기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그런 사회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