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모르, 전기 없이 어떻게 살아?

동티모르에서 내가 잘못 알고 있었던 이야기들

by 모모

지는 석양에 적신 바닷속에서 벌거벗고 뛰어노는 아이들


갑자기 방이 어두워진다. 텔레비전에서 들리던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무슨 일일까? 또 전기가 끊겼나 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자주 있는 일이라 늘 그랬듯 미리 준비해 놓은 촛불을 켠다.

저녁이라 온 동네가 깜깜하다. 별빛만이 유일하게 나를 비춰준다. 밖에 나가도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언제나 칠흑 같은 암흑만이 나를 반기고, 반짝이는 별들이 고개를 내민다.

우선 에어컨이 안 되니 등에서부터 땀이 나기 시작한다. 찬물로 먼저 샤워를 하고 최대한 움직이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이런 날을 대비해 미리 충전해 놓은 USB 선풍기를 틀어 놓고 가만히 더위를 식힌다.


나는 더워서 이렇게 아등바등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동티모르 사람들은 이 와중에 무엇을 하고 지낼까?

궁금하여 동티모르 사람들이 사는 옆집을 가본다. 동티모르 사람들이 사는 집은 항상 웃음이 끊이지를 않는다. 무엇이 저리 즐거운 것 일가. 정전이 났는데도 시끌벅적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동티모르 사람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오는 정전이 익숙하다. 한 아이가 촛불을 들고 와 심지에 불을 켠다. 동티모르 집마다 하나둘씩 희미하게 촛불 켜는 소리가 들린다. 조금만 한 촛불이 집안 전체를 밝히고, 촛불 주위로 가족들이 모인다. 작은 촛불이 온 어둠을 감싼다. 어둠을 몰아내고 촛불은 아이들의 얼굴을 환하게 비춘다. 걱정 거리 없는 아이들의 얼굴이 더 환하게 느껴진다.

촛불 덕분인지 덥지도 않고 공기가 따뜻하게 느껴진다. 기분 탓이었던 것일까.

깜깜한 어둠 아래에서 촛불을 켜놓고 가족들이 모여있는 그 풍경이 참 정겹게 느껴진다. 정전은 그들을 불편하게 하는 게 아니고, 오히려 가족들을 하나로 모이게 한다.

나 역시 서랍 속에 넣어둔 촛불을 꺼낸다. 촛불을 켜고 방에 가만히 앉는다. 컴퓨터, TV, 에어컨이 사라졌다. 이제 나의 시간이 찾아온 것이다. 전기 없는 세상이 오면 오로지 나를 반갑게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찾아온다.

사질 정전이 나면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래서 강제적으로(?) 정전이 날 때는 촛불을 켜고 조용히 명상하는 시간이 온다.

나는 처음에는 정전이 나서 불편했는데, 어느덧 이 순간도 즐기게 되었다.

가만히 촛불을 켜고 저녁에 우는 풀 벌레 소리를 들으면 밤하늘을 수 놓은 별을 바라본다.

이때는 절대적인 나만의 시간과 공간이다. 우주가 주는 선물을 경험하는 시간이다. 주변에는 보이는 것은 없고, 오직 별과 자연과 바람 소리 자연과 내가 직접적으로 마주하는 시간.

나는 이 시간을 참 좋아한다.

IMG_9483.JPG 석양에 적신 바닷가에서 벌거벗고 뛰어노는 아이들

혹시 여러분들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방안에 가만히 있는데 전기가 꺼진다. 보고 있던 TV도 꺼지고, 방안은 깜깜하다.

우리는 전기 없는 시간은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정전이 나면 얼마나 불편한가

전기가 없는 세상은 감히 상상도 할 수도 없다.

그렇다. 전기가 없으면 우리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전기 없는 인간은 정말 나약한 존재인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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