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나를 위한 유럽 예술 여행
저는 종종 이름, 나이, 성별, 직업, 주소, 재산, 가족 관계 등이 기록된 서류에서 살아가는 기분이 들 때가 종종 있습니다. 나는 오직 나일뿐인데, 서류상의 기록이 없는 나는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기가 어려운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름도 없이 태어나 죽어간 수많은 문명 속의 사람들을 떠올려보면 이러한 세상에 태어난 것은 행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해서제가 세상의 틀에 반기를 들겠다는 마음은 전혀 없습니다. 그저 나에 대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생각보다 나라는 존재는 복잡하다는 것, 그만큼 또 단순한 존재인지도 모른다는 것, 우리 모두는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방식으로 지구를 떠난다는 생각까지 닿곤 합니다.
제가 삶의 유효기간에 대해 허무한 마음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제 아버지의 죽음 이후입니다. 사실 아주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경험하지 못한 분들은 어떤 의미에서 진짜 죽음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를 수 있습니다. 머리로는 알지만 가슴으로는 깨닫지 못하는 진짜 죽음의 모습들에 대해서요. 만약 반백이라 일컫는 인생의 반을 살았다 치는 50세가 다 된 나이에도 여전히 그의 부모와 형제들이 모두 건강해 살아있다면, 죽음에 대해 크게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저는 그런 분들을 진심으로 부러워합니다. 반면 예를 들어 20세에 가족의 죽음을 경험한 분들에게 죽음은 앞에 설명한 분들보다 더 선명하게 다가갈 확률이 높을 것입니다. 우리는 경험에 비례해 주변의 현상들을 하나 둘 깨우치고 학습하는 존재이기도 하니까요.
얼마 전 제가 참 애정하는 선배의 아버지께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늦은 밤 선배께서 말하길, "너는 그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보냈구나, 정말 힘들었구나"라는 한 마디를 해주었습니다. 이제는 눈물도 잘 안나지만, 막 아버지를 보낸 선배의 말에 겉으로는 괜찮아요 이제 했지만,,,여러가지 감정이 일어 목이 메였네요.
제 아버지는 1945년 태어나, 살아있는 동안 살아가시다가, 2009년에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는 정말 재미있는 분이셨습니다. 독자 여러분들께 제 아버지가 어떤 분이었는지에 대한 설명도 몇날 며칠 드릴 수 있지만, 언제 태어나 언제 죽었다, 그 사실만큼 제 아버지라는 분의 실존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만 같습니다. 이미 세상을 떠난 한 사람을 소개하는 일이 생각보다 간단하다는 사실에 마음이 저려옵니다.
이런 제 생각들은 결국 우리는 서류에 기록된 몇 가지 숫자와 몇 가지 단어로 긴 삶을 마치는 존재라는 결론으로 이어졌습니다. 우리 모두는 어김없이 단 한 명도 예외 없이, 몇 개의 숫자와 몇 개의 단어 속에서 태어났고 또 죽을 예정이니까요. 슬프게만 바라보면 삶은 온통 슬픔일 수 있습니다. 물론 그 반대일 때가 더 많다고 생각하지만요.
“우리는 몇 개의 단어와 몇 개의 숫자 속에서 태어났고 또 죽을 예정입니다”
저도 언젠가 제 아들의 추억 속에 몇 가지 숫자와 몇 가지 단어로 남을 것입니다. 정은주는 1982년 태어나, 열심히 살다가, 2???년에 세상을 떠났다고요. 두어 달 후 마흔 두 살이 되는 저는 앞으로 몇 해를 더 살아갈 수 있을까요. 스스로 밥을 지어먹고 스스로 걸어 다닐 수 있으며 스스로 글을 쓰고 스스로 기억하고 스스로 온전히 살아갈 수 있는 날은 대체 몇 번이나 다시 저를 찾아올까요? 한국인 여성의 평균 수명까지 살면 괜찮은 죽음의 시점이고 그보다 빨리 죽는다면 안타까운 죽음이며 또 평균 수명을 넘기면 장수하는 어떤 복(福)을 누리는 걸까요?
우리 모두에게, 나의 죽음은 먼 미래의 일 같으면서도 언제가 될지 모르는 일이기도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 <도깨비>에서 저승사자(이동욱 역)은 “9살에도 죽고 10살에도 죽어. 그게 죽음이야”라고 말합니다. 정말 우리가 죽기 위해 태어나는 미물 중 하나일 뿐이라는 생각은 이 글을 지금 이 순간에도 더 진하게 단단하게 다가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죽기 전에, 죽어가는 지금 이 순간, 매일같이 죽음을 준비하며 우리는 어떤 일을 하면 좋을까요? 이왕 이렇게 된 죽음으로의 여행에서 어떻게 하면 똑똑하고 어떻게 하면 재미있고, 어떻게 하면 유익하고, 어떻게 하면 사람답게, 또 사랑스럽게 살아갈지에 대해 고민해보는 일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 세상에는 온 세기를 살았던 현자들이 남긴 나만의 인생 즐겁게 사는 조언들이 차고 넘칩니다. 저는 이렇다할 현자도, 천 만 작가 시대의 한 작가일 뿐입니다. 그럼에도 만약 제게 독자 여러분에게 인생을 활기차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조언을 할 기회가 생긴다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여행을 꼽을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에게 나의 삶을 이롭게 만드는 방법 혹은 나를 위한 최고의 선물 그것도 아니라면 내 삶을 정말 의미 있게 만드는 방법으로 적극적으로 여행을 추천할 것입니다. 무수한 나를 위한 선물 중 제가 여행을 가장 먼저 생각해보시라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여행의 본질, 연기같이 사라지는 본연의 특성 때문입니다.
여행은 보이지 않습니다.
여행은 만질 수 없습니다.
여행은 소유할 수 없습니다.
모든 경험은 사라집니다. 여행도 마찬가지고요. 반쪽의 허무주의자처럼 여행에서 찍은 사진, 여행 중 먹은 훌륭한 음식들, 여행에서 느꼈던 감정들이 모두 사라진다고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분명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의 기억과 추억들은 한동안 우리의 마음속에 자리하며 다음 여행을 꿈꾸게 만듭니다. 이것이 제가 여행을 추천하는 이유입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의 설레임, 여행 중의 기쁨,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의 뿌듯함과 감동 그리고 새로운 다음 여행을 떠날 때까지의 또 다른 설렘은 내 인생의 첫날이자 마지막 날인 오늘을 살거나 혹은 죽거나 하는 우리 모두에게 작지만 확실한 선물이 되어준다고 믿거든요. 꿈꾸는 시간만큼은, 우리의 매 순간이 죽음으로 향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꿈꾸는 시간만큼은
우리의 매 순간이
죽음으로 향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가 추천하는 여행은 집을 잠시 떠나보는 모든 종류의 여행입니다. 집에서 1시간 이내의 당일치기 여행부터 멀게는 비행기로 10시간이 넘는 곳에 이르는 장기 여행까지 정말 모든 여행을 추천합니다.
참 잠시 돈 이야기를 짚고 여행 추천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여행을 추천함과 동시에 바로 돈 이야기를 꺼내겠습니다.
여행을 하려면 돈이 필요합니다. 각자의 주머니 사정에 맞춘 여행을 계획하는 것은 아주 현명한 여행의 기술입니다. 언젠가 한 방송에서 개그맨 박영진의 개그에서 캠핑매니아 층을 일컬어 ‘길바닥에 돈 주고 자는 사람들’이라 하는 걸 듣고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의 웃음 가득한 생각처럼 여행도 ‘길바닥에 오고 가며 돈 주고 오는 일’일 수도 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합니다.
여행에 쓴 돈은 여행의 시간과 함께 연기처럼 사라집니다. 물론 항공 마일리지, 여행 경비를 결제한 신용카드의 마일리지 정도로 여행의 지출을 페이백 받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 여행은 각자의 재테크 철학에 의해 선택 가능한 소비입니다. 주변에 여행을 자주 다니는 분들을 살펴보면, 그들의 재테크 철학이 어떤 지 자세히는 알지 못해도 조금은 알 수 있습니다. 같은 의미에서 여행을 다니지 않는 분들을 보면 그들의 재테크 철학을 짐작해볼 수도 있고요.
어쨌든 모든 것은 각자의 선택과 자유로 이루어진 저마다의 삶의 소중함일테니, 무엇이 괜찮다 아니다를 감히 말할 수 없습니다. 그저 저는 여행에 돈을 쓰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대신 저는 다른 지출을 관리합니다.
물론 나만을 위한 물건을 구입하는 일도 언젠가의 죽음을 앞 둔 나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입니다. 하지만 물건은 매일 죽어가는 주인과 함께 생명력을 잃어갑니다. 이때 물건 구매의 좋은 점은 싫증이 난 물건을 중고 거래를 통해 판매해, 일정 금액을 다시 현금화할 수 있는 점입니다. 하지만 여행은 중고 거래를 통해 되돌려 받을 수 없습니다. 이런 현실적인, 구체적이며 피할 수 없는 이유에서 여행에 쓸 돈의 효용에 대해 먼저 판단하고 정리해야 합니다. 여행 경비에 대해서 차근차근 이성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이 과정 없이 마음가는 대로 여행비용을 책정한다면 다시 여행을 가기 어려운 일에 마주할 수도 있을테니까요.
여행을 자주 다니는 저는 여행 경비 목적으로 적은 액수의 돈을 꾸준히 모으고 있습니다. 매일 매일의 저축은 여행지에서의 숙소와 식사를 더 풍부하게 멋지게 만족스럽게 만들어줍니다. 여행에서 숙소의 위치는 돈이 좌우합니다. 여행 애호가이자 전 여행지 에디터로 자신있게 말씀드리자면, 가성비 숙소는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비싸면 비싼 값을하고, 싸면 싼 값을 합니다. 이왕이면 며칠 안 되는 여행에서의 시간을 값지게 쓰고 싶은 사람입니다. 요즘 저는 런던 여행을 위해 매일의 소비를 줄이고 있습니다. 몇 개월이 쌓이면 적지 않은 돈이 될거라는 꿈을 꾸며 모으고 있습니다. 내셔널 갤러리에 걸어갈 수 있는 곳이나 트라팔가 스퀘어에 있는 숙소에 갈 날을 기다리면서요!
참 여행 경비 이야기에서 다시 여행 추천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제가 지금 강력하게 추천하는 여행지는 인천 공항에서 보통 13시간 비행 후에야 도착할 수 있는 멀고 먼 유럽입니다. 그 중에서도 유럽의 역사와 예술을 살펴볼 수 있는 여행에서의 시간을 진심으로 추천합니다. 유럽의 어느 나라여도 관계없습니다. 브런치스토리 앱을 켜고 제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은 분명 유럽 여행에 호감을 갖고 있으며, 유럽에서 만나는 예술에 흥미를 느낄 것이며, 결국 그곳으로 떠날 수 있는 결심을 할거라 믿기 때문입니다. 지금 당장은 그런 마음이 없더라도 제 글을 읽고 언제가 될지 모르는 어느 날에 유럽으로 예술 여행을 떠나는 행운이 함께하리라 생각합니다.
<최소한의 유럽 예술 여행>은 생애 단 한 번, 나에게 선물하면 좋겠다 싶은 유럽 예술 여행 가이드 북입니다. 유럽의 모든 것은 오랜 유럽의 역사 그 자체입니다. 그것에 얽힌 이야기를 하나씩 알고 유럽에 도착한다면, 독자 여러분은 유럽 예술 여행자로 더 없는 큰 행복을 느낄 것입니다. 17세기 영국의 귀족 자녀들은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3년에 이르는 기간동안 로마를 목적지로 하는 ‘그랜드 투어’를 다녔습니다. 그 경비는 상상초월할 만큼 많이 들었지만 귀족들은 자녀의 안목 성장, 세상 공부를 위해 그 험난하고 값비싼 여정에 귀한 자식들을 보냈습니다. 귀족의 아들들은 베네치아에서 연주회를 보고 로마에서 화가들을 만났습니다. 다시 자신의 나라로 돌아간 그들은 그들이 보고 느끼고 배운 모든 것들을 평생의 자원으로 삼아 살아갔습니다.
‘그랜드 투어’는 그 시절에도 요즘 세상에서도 돈이 참 많이 듭니다. 그러니 무조건 여러분의 유럽 여행길에 유럽의 큰 역사를 지탱하는 예술에 대한 공부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만약 유럽 예술에 대한 공부를 하지 않고, 유럽으로 떠나는 분들이 있다면, 고개를 절래 절래흔들며 말하고 싶습니다.
“유럽의 예술사도 공부하지 않은 채
대체 왜 이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유럽에 왔습니까?
유럽의 뷰맛집, 인생샷 맛집도
유럽 예술사를 알아야 더 멋지다고요!”
참 큰마음 먹고 유럽 여행을 예약했다면, 떠나기 전에 반드시 유럽 역사 예술 공부를 하시길 바랍니다. 동네 도서관에 가시면 유럽 예술에 대한 역사책을 쉽게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클릭 몇 번이면 볼 수 있는 수많은 E북도 추천하고요. 유럽 여행을 결심한 당신은 조금만 부지런하면 유럽 여행이 역사와 예술의 이야기로한층 더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하루에 단 10분만이라도 유럽의 역사, 예술 이야기를 공부해보세요.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재미있고, 재미있는 만큼 행복하고, 행복하면 좋은 추억이 되고, 좋은 추억은죽음을 앞둔 우리의 일상을 보다 더 뿌듯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언젠가 떠날 당신의 유럽 여행이 예술과 역사의 흔적으로 채워지기를 옛 사람들의 생각과 마음에서 아름다운 나만의 보석같은 순간을 담아오기를 두손 모아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