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이고 정확한 숫자로 말하면 설득의 힘은 더욱 강력해진다
숫자의 힘은 명쾌함에 있습니다. 아무리 애매모호한 것도 숫자를 붙이면 의미가 명백하고 확실해집니다.
“윤정용 강사는 강연을 많이 합니다.”
“윤정용 강사는 매년 1000회 이상의 강연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딱 떨어지는 숫자보다 뭔가 복잡하거나 정확해 보이는 숫자를 더 신뢰합니다. 세일즈 업계에서 유명한 황현진 강사는 복잡한 숫자로 표현하는 것이 세일즈 효과를 높이는 필승 전략이라고 말합니다.
“여기 너랑 왔던 곳이네, 3년 전에.”
“여기 너랑 왔던 곳이네, 2년 11개월 전에.”
“고객님, 이 책은 올해에만 40만권이 팔린 베스트셀러입니다.”
“고객님, 이 책은 올해에만 39만 6427권이 팔린 베스트셀러입니다.”
“이거 100개밖에 안 남았어요.”
“이거 93개밖에 안 남았어요.”
어떤 말이 더 당신의 마음을 당기나요? 좀 더 복잡한 숫자가 들어간 두 번째 문장에 더 신뢰가 가지 않나요? 또 큰 단위를 활용하면 표현의 임팩트가 커집니다.
“저 몸무게 0.1톤이에요.”
“저 몸무게 100킬로에요.”
“강의 2시간이면 재무제표를 읽을 수 있습니다.”
“강의 120분이면 재무제표를 읽을 수 있습니다.”
이번엔 앞의 문장이 더 임팩트가 있습니다. 이렇게 숫자의 단위만 바꿔도 느낌이 확 달라집니다. 그렇다면 대화에서 숫자를 활용해 원하는 것을 얻는 효과적인 방법은 없을까요?
구체적인 수치로 임차료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 선점하기
저는 종각역에서 조그마한 그릭요거트 가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게가 임차료 높기로 유명한 종로에서 운영하고 있기에 저의 가장 큰 걱정은 임차료 인상입니다.
계약기간이 지나면 임차료를 확 올리지 않을까 겁이 나고 초조 해집니다. 장사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계약기간에만 장사를 할 수 있다’는 불문율이 있을 정도입니다. 어처구니없는 임차료 인상 때문에 건물주와 임차인 간의 싸움도 종종 뉴스가 됩니다.
그래서인지 건물주가 ‘임’자만 꺼내도 마음이 덜컥 내려앉습니다. 이럴 때 인상을 팍 쓰면 안 됩니다. 포커페이스가 중요합니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 있으니 무조건 충성하겠다’까지는 아니더라도 감정적 대응은 자제해야 합니다. 건물주가 인상과 관련해서 협상을 하자고 할 때는 이성적으로 차분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이때 구체적이고 정확한 숫자를 활용해 협상안을 제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얼마 전 제가 건물주와 한 협상은 임차료 인상이 아니라 매장 확대였습니다. 우리 옆 가게가 폐점하면서 매장이 비게 되었습니 다. 건물주는 우리 가게를 확장하는 건 어떻겠냐고 의견을 물었습니다. 조건은 현재 임차료의 2배였습니다.
최근 매출이 늘지 않아 고민하고 있던 중이라 매장 확장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임차료가 너무 높아서 고민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결산데이터를 분석해 구체적인 숫자를 가지고 건물주와 협상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현재 임차료는 매출액 대비 12.8%입니다. 이익은 매출액 대비 10.5%로 안정화된 다른 카페 이익률 17~18%보다 많이 낮은 상태입니다. 매장을 확장하고 제시하신 임차료를 지불할 경우 현재 매출액 대비 임차료 비율이 25.6%로 증가합니다. 매장을 2배로 키운다고해서 매출액이 현재의 2배가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임 차료 비율은 매출액이 2배가 될 때까지는 현재의 비율보다 높게 됩니다. 따라서 말씀하신 임차료 2배는 현재 우리 가게 매출로는 무리한 조건입니다.”
이렇게 구체적인 숫자를 가지고 이야기했더니 건물주는 ‘보증금을 면제해주겠다’ ‘철거 비용 등 초기비용이 안 들도록 지원해주겠다’ 등 더 좋은 조건들을 제시했습니다. 구체적인 숫자로 이야기를 했기에 쉽게 설득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회사를 다니면서 했던 숫자와 관련된 경험이 하나 있습니다. 어느 날 월요일 아침 회의 시간에 팀장님이 갑자기 질문을 했습니다.
“정용 씨, 그때 보고했던 제품의 원가가 몇 %죠?”
30%는 넘고 40%는 안 되었던 것만 기억나고 정확한 숫자는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네, 37.7%입니다.”
팀장님은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른 안건으로 넘어갔습니다. 회의가 끝나고 자리로 돌아와 확인해보니 그 제품의 원가는 38.9%였습니다. 저는 팀장님 자리로 가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까 물어보신 제품의 원가를 제가 조금 틀리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37.7%라고 말씀드렸는데 38.9%였습니다. 죄송합니다.”
팀장님은 괜찮다며 메모해놓으면 헷갈릴 일이 없으니 중요한 숫자는 메모해두라고 당부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상사의 질문에 틀려도 좋으니 빨리 대답하는 것이 좋다는 게 아닙니다. 숫자가 구체적이면 사람들이 정확하다고 생각하기 쉽다는 것입니다. 즉 구체적인 숫자는 신뢰를 줍니다.
숫자에 약하다고 생각하는 직장인들이 정말 많습니다. 그래서 숫자로 이익을 볼 수 있는 것도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직장인들에게 숫자와 이익이 가장 밀접하게 관련될 때는 바로 연봉 협상입니다.
연봉 협상을 이야기하면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언제 연봉협상을 했냐며 일방적인 연봉통보라고 말합니다. 물론 통보에 가까운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연봉협상 때 0.1%라도 올릴 수 있다면 그건 전부 나의 이익이 됩니다. 연봉협상에 들어가서 연봉을 제시받았을 때 바로 사인하지 말고 이야기라도 꺼내보면 어떨까요?
이때 딱 떨어지는 숫자를 제시할 필요는 없습니다. 상대가 먼저 딱 떨어지는 숫자를 제시했다면 다른 숫자를 제시해야 합니다. 핵심은 금액이 아니라 설득력과 신뢰도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입니다. 상대가 3%를 제시했다면 3.1%를 이야기하는 겁니다. 5%라면 5.2%를, 10%라면 10.5%를 제시합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 으로 해보는 것입니다. 0.1%나 0.2%는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아 오히려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직장생활은 끊임없이 상대방을 설득하고 설득당하는 곳입니다. 우리는 매일 팀원을, 상사를, 거래처를 설득하고 또 설득당합니다.이때 구체적이고 정확한 숫자로 말하면 설득의 힘은 더욱 강력해지고, 설득하는 편에 설 수 있습니다. 이것은 심리학의 대가이자 설득의 심리학 저자인 로버트 차알디니가 추천하는 스몰빅 전략이니 믿을 만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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