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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정용 Jan 10. 2019

숫자가 막막하고 답답하게 느껴질 때

지금이 성장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다!

숫자 앞에서 초라해지는 나...(출처 : unsplash)

“팀장님, 안녕하세요!”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어찌어찌 대기업 경영지원팀에 입사한 저는, 
이제 2년 차 아직 신입사원입니다.

 “정용 씨, 굿모닝! 아침은 먹었어요? 안 먹었으면 굶모닝?”
 이과 출신에 MBA를 나오신 우리 팀장님은 평소에는 실없는 농담을 
자주하지만 모르는 걸 물어보면 친절하게 답변해주십니다. 

“하하하. 네, 먹었습니다. 안 굶모닝입니다.” 

“뭐라고? 정용 씨는 센스가 넘쳐! 하하하”
 다행히 저와 팀장님의 유머 코드가 잘 맞아서 재밌게 일을 배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팀장님은 어지간한 실수는 웃으면서 넘어가 주기에 일 배우는 것도 수월했습니다. 그런데 팀장님이 딱 하나 못 참는 일이 있었으니, 바로 숫자 실수입니다. 1000이나 100이 아니라 단 1도 틀려서는 안 됩니다. 숫자에 아주아주 예민하신 분입니다. 

일주일 전 일이었습니다. 연구소에서 올라온 구매품의 결제를 올렸는데, 1초도 안 돼서 사무실이 쩌렁쩌렁 울리는 호통이 제 귀를 때렸습니다.

 “정용 씨, 정용 씨! 당장 내 자리로 오세요!”
 “네?! 알겠습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냉큼 달려갔습니다.
 “팀장님, 무슨 문제가 있으신가요?”
 “이거 연구소 구매품의 숫자 제대로 확인했어요? 
272원이 아니라 227원 아니에요? 당장 확인해봐요.”

 “네? 그럴 리가 없는데.... 확인해보겠습니다.”
 계산서를 찾아보니 227원이 맞았습니다.
 ‘아니, 어떻게 예전에 보여드린 숫자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계신 거지?’
 사람 뇌가 복사기도 아니고, 227원을 정확히 기억할 수 있을까요? 
저렇게 작은 숫자까지 정확히 기억할 수 있는 팀장님을 보며 감탄과 경의와 두려움이 몰려왔습니다. 저는 점심에 먹은 햄버거가 5900원인지 6200원인지도 헷갈리는데요.

 “팀장님, 죄송합니다. 확인해보니 팀장님 말씀대로 227원이 맞았습니다. 당장 수정하겠습니다.” 

“정용 씨, 제가 숫자는 몇 번이고 확인해야 한다고 했죠? 숫자는 큰 숫자보다 작은 숫자를 더 꼼꼼하게 살펴봐야 해요. 이런 건 처음에는 실수로 볼 수 있지만 반복되면 실수 아니라 고의예요. 알았어요? 절 실망시키지 마세요.” 

“네! 다시는 실수하지 않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팀장님의 호통에 점심에 먹은 게 체했는지 속이 울렁거립니다. 서랍에 있었던 
소화제가 도대체 어디 있는지 찾다가 눈물이 났습니다.

‘팀장님이 저렇게 화내는 모습은 처음인데.... 가뜩이나 숫자에 약한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숫자에 예민한 팀장님 때문에 오늘도 출근하는 어깨에 1톤의 부담이 쌓입니다. 



이렇게 숫자에 강한 상사를 만나면 혹시 회사에서 만든 사이보그가 아닌가 의심도 갑니다. 이런 사람들은 회사에 있을 게 아니라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일 단위 숫자까지 기억하는 게 선천적으로 머리가 좋아서일까요? 아닙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사람들의 기억력은 거기서 거기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숫자를 잘 기억하는 이유는 직장생활을 하며 숫자감각을 훈련했기 때문입니다. 후천적으로 숫자를 기억하는 능력이 강화된 것입니다. 


직장생활에서 숫자는 농구의 드리블이다 


제 인생 만화 중에 최고로 뽑는 것이<슬램덩크>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자칭 천재라는 강백호입니다. 강백호는 자신이 좋아하는 채소연이라는 여학생이 농구부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농구부에 입단한 아주 단순한 친구입니다. 

그런데 강백호의 운동능력이 상상을 초월합니다. 어느 정도냐면, 유도를 배운 적도 없는데 전국대회에서 우승한 유도부 주장을 업어치기로 땅바닥에 메다꽂을 정도입니다. 


이렇게 타고난 신체능력을 자랑하는 강백호가 농구부에 들어가서 제일 먼저 한 훈련이 뭘까요? 덩크슛? 3점슛? 아닙니다. 물론 강백호는 소연이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덩크슛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강백호에게 떨어진 미션은 드리블 훈련이었습니다. 바른 드리블 자세가 몸에 익도록 무릎을 굽히고 공을 튕기는 반복적인 

기초훈련만 시킨 것입니다. 

“천재에게 재미없는 훈련을 시키다니! 무례하다!”며 분노한 강백호는 주장과 싸우고 팀을 이탈합니다. 


이후에 여러 에피소드가 있지만 강백호는 다시 팀으로 돌아와서 충실히 기초훈련에 임하게 됩니다. 기초훈련으로 탄탄하게 쌓은 실력은 실전에서 빛을 발하며 그를 팀의 주축으로 만들어줍니다. 그렇게 강백호는 전국대회에서 최강의 상대를 꺾는 이변의 주인공이 됩니다. 


기초가 탄탄해야 성장한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 (출처 : 언스플래쉬)


직장생활에서 숫자는 농구의 드리블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드리블 없이 농구를 잘할 수 없습니다. 드리블을 해야 공을 가지고 3점슛 라인까지 도착할 수 있고, 또 링 앞으로 가 덩크슛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회사의 모든 활동 목표는 숫자를 통해 세우고, 결과도 숫자로 나옵니다. 그리고 숫자를 근거로 경영판단을 합니다. 

즉 숫자가 회사 생활의 기본인 것입니다. 


숫자의 두려움은 연습으로 이긴다! (출처 : 언스플래쉬)


최고의 기업가는 직접 숫자를 챙긴다 


 현대 경영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이런 명언을 남겼습니다. 


“측정되지 않는 것은 관리되지 않는다.” 


 경영자들이 가장 좋아하고 자주 인용하는 말로, 이 안에 최고의 기업가들이 직접 숫자를 챙기는 이유가 담겨있습니다. 

 비즈니스 세계를 흔들고 있는 세계적인 기업가들은 대부분 숫자편집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부자순위로 1~2위를 다투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특히 지독합니다. 그는 각 부문장으로부터 실시간으로 회계 정보를 받으며 경영판단을 내린다고 합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출처 : forbes)


 사업을 막 시작했을 때 손정의 회장은 직원들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우리가 벌어들일 돈의 목표는 2조 원입니다!” 


 그 말을 믿지 않았던 직원들은 허풍이라 비웃으며 회사를 그만 두었습니다. 그런데 소프트뱅크는 지금 연 매출 100조 원이 넘는 일본 최고의 회사가 되었습니다. 회사를 시작할 때부터 목표를 숫자로 표현했던 손정의 회장은 지금도 숫자로 경영하고 있습니다. 

 아래 예시에서 어떤 표현이 더 명확하다고 생각되나요? 


- 2시쯤에 만나시죠. 

- 2시 30분에 만나시죠.


 - 조금만 하면 다 될 것 같습니다. 

- 95% 완료되었고 1시간 후에 보고드릴 수 있습니다. 


- 우리는 많이 팔아야 합니다. 

- 일 판매량 100개, 일 매출액 100만 원을 목표로 합시다. 

 

 전자인가 후자인가요? 후자가 명확하게 전달됨을 알 수 있습니다. 말할 때 숫자를 쓰냐 안 쓰냐만 해도 이렇게

 다른데 보고서 등의 문서는 또 얼마나 다르겠습니까. 

 숫자에 빠삭한 사람들이 일도 잘합니다. 만약 숫자에 강한 상사와 일하게 된다면 나도 숫자에 강해질 기회라고 

생각합시다. 특히 상사나 선배가 내 업무를 지적할 때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지적하는지 살펴봅시다. 또 선배

가 작성한 품의를 유심히 읽어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미야모토 무사시는 <오륜서>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1000일 동안 연습하는 것을 ‘단’이라고 하고 1만 일 동안 연습하는 것은 ‘련’이라고 한다. 이 단련이 있고서야 비로소 승리를 기대할 수 있다.” 


 숫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신도 지속적인 연습으로 단련한다면 숫자에 강해질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숫자가 막막하고 답답하게 느껴질 텐데 그게 정상입니다. 여름방학을 앞두고 점프슛 2만 개 던지기에 돌입한 강백호에게 북산고의 안 감독은 말합니다. 


“지금이 성장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다.” 


 그렇습니다. 숫자에 자신 없는 지금이야말로 성장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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