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속에 살아ㅡ시 음미하기

by 초록창가




몇 해전 어떤 시집을 발견했다.

그 시를 지은이는 에밀리 디킨슨 (1830~1886)

상실을 이야기 하는 것 같으면서도

현재에 충실해 보이는 한 문장


‘절대 돌아올 수 없는 것들’


절대 돌아올 수 없는 것들

에밀리 디킨슨,박혜란 옮김

파시클 2020-12-21



(시집 제목이 마음에 들어 종종 시집을 사곤 한다)


고르고 옮긴 이

번역가 박혜란 님이

특히 좋아하는 에밀리 디킨슨의 시들로

시집을 엮었다고 한다.


그렇게 가끔 곁에두고 시를 읽다가

오늘 다시 에밀리의 시를 오랜만에 만나,


그녀의 시 두 편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시집의 시는 총 8주제로 나누었다.

섬광,

어떤 비스듬 하나,

바람의 술꾼,

장전된 총

풀밭 속 가느다란 녀석,

가능속에 살아,

희망이란 깃털달린 놈

절대 돌아올 수 없는 것들

한쪽엔 시의 원문,

맞은편엔 번역본이 있어서

대조해서 보는 재미도 있다.


오늘 두 편의 시는 ‘섬광’의 두편이다.




P17

그림 - 나라면 그리지 않을 듯-

차라리 그 하나 되고 말지

그건 눈부신 불가능

맛있게 - 음미해보니 -

그 손가락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궁금해

드물겠지만 누군가는 - 천상을 -휘젓기도 해-

그토록 달콤한 괴로움을 자아내고 -

그토록 호사스런 - 절망을 -



나라면 말하지 않을래, 코넷처럼 -

차라리 그 하나 되고 말지 천장까지 살며시 들려 오르니 - 이윽고 밖으로 사뿐히 나아가 -

창공의 마을들을 거쳐 -

내 스스로 부풀어 오른 풍선 금속입술 하나만으로 -

나의 거룻배로 가는 부두-

나라면 시인도 되지 않을래

더 근사한 건- 그 귀를 갖는 것-

사랑에 빠지고 - 무력해지고 - 만족하고




아직은 곱씹고 있는 시이다.

시를 읽는 다는 건,

한 숟갈 한 숟갈 천천히 떠먹듯이

‘시를 음미한다’라는 말이 정말로 맞는 것 같다.


이 시는 전체적으로

약간 어려운 느낌을 받는데,

옮긴이의 말로는 실제로

독자들이 에밀리 디킨슨의 시가 어렵다고들 말한다고 한다.

.

‘특별히 어려운 문장을 구사하거나 시인 개인적 경험이나 사상을 알아야 이해되는 맥락이 있어서 라기 보다는 생각지 못한 단어와 표현을 예상치 못한 맥락에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인것 같다’

시집 본문



P27

군함 없어도 책 한 권이면 돼

우리를 멀리 대륙으로 데려다주지

군마 없어도 한 페이지면 돼

시를 활보하지 -

이런 횡단이라면 아무리 가난해도 갈 수 있지

통행료 압박도 없고 -

인간의 영혼을 실을

전차인데 이다지도 검소하다니 -



이 시는

시집 통틀어 현재 가장 좋아하는 시이다.

시를 읽을 때마다

넓다란 대지 한복판에 있는 느낌을 준다.

넓은 곳을 여행하지 못해도

마음먹으면 당장 할수 있는 일이라서

가능성과 희망을 준다.



P158

디킨슨 시의 화자들은 어떤 인물이든 예리한 관찰자다.

대개는 여성의 이미지만데, 제한된 공간에 살고 있는 여성으로서 피할 수 없는 한계를 직시하면서도 상상력의 공간이자 활동인 시를 통한 해방을 노래한다.

추상적인 관념을 감각적으로 만들고, 의미를 한정하지 않으면서도 정의하며, 늘 집 안에 머물지만 갇혀 있는 법이 없다. 분 명하지만 우회적인 표현으로, 가능하지만 아직 실현되지 못한 것들을 노래한다. 그래서 디킨슨의 시는 종종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다 알 것 같지만 질문을 남긴다. 해방 과 동시에 근거를 상실한 존재가 된 느낌이다.


그녀의 시 읽기는 현재 진행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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