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답게 Jun 17. 2022

절대로 엄마처럼 안 살 거야!

좌충우돌 엄마성장기


엄마.


국어사전은 말한다.

격식을 갖추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자기를 낳아 준 여자를 이르거나 부르는 말.

그러나 대부분의 우리는 엄마를 떠올리면 사랑과 희생, 고마움을 떠올릴 것이다.

‘엄마’라는 단어는 사전적 뜻 이상의 깊고 넓은 의미를 지닌다.




엄마는 20살 이른 나이에 아빠와 결혼했다. 엄마의 말에 의하면 아빠가 자신을 너무 좋아해 쫓아다녔다고 한다. 엄마는 자신을 사랑해 주는 남자와 결혼을 했고 장밋빛 인생을 꿈꿨다. 그러나 엄마의 바람처럼 그 행복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남편의 사랑은 신체적, 언어적 폭력으로 점점 변해 갔고 엄마의 몸과 마음은 피폐해져 갔다.

아마 나라면 힘들어서 자식을 두고 도망을 갔을 텐데 엄마는 힘든 상황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았다.



나는 그런 엄마가 안쓰러웠다.



어릴 때부터 눈치가 빨랐던 나는 엄마에게 착한 딸이 되려고 노력했고 엄마의 편이 되려고 애썼다.

아빠에게 맞은 날에는 엄마의 기분을 좋게 해 주려고 더 밝게 말하고 더 활기차게 행동했다.

엄마는 그런 나를 보며 미소 지었고 그럴 때면 엄마를 더 웃게 해 주려고 노력했다.

내 마음에 멍이 드는 것도 모른 채 말이다.



사춘기가 조금씩 접어들 무렵부터 나는 엄마가 점점 버거웠다.



남편의 치부만을 말하는 엄마의 말이 듣고 싶지 않았고

밖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엄마가 그리우면서 서운했다.

기분에 따라 심한 말도 서슴지 않는 엄마가 미웠고

사랑의 매로 둔갑한 엄마의 감정적 매질은 나의 몸과 마음을 아프게 했다.

사람들에게 자주 보이는 엄마의 친절한 웃음은 집에서는 볼 수 없는 가뭄의 단비였다.








20대 초반,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며 엄마와 다른 삶을 기대하고 자신했다.

하나 인생이 내뜻대로 되던가? 

삶의 무게는 생각보다 무거웠고 아내와 엄마로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님을 뼈저리게 느꼈다.

남편의 언어를 이해해야 했고 아이의 기본 욕구에 즉각적이고 안정적으로 반응해야 했다. 

육아로  몸이 힘들고 지칠 때면 화가 나고 짜증이 났다.


그러나 

절대로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았다.



삶이 힘들다고 자식을 감정 쓰레기통처럼 함부로 대하는 엄마는 되고 싶지 않았다.

감정 쓰레기통이 된 아이의 감정과 아픔을 너무 잘 알았기에 나는 아이에게 그 감정을 느끼게 해 주고 싶지 않았다.

아주 잘, 고상하게 키우지는 못해도 이것만은 하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어떻게 하면 아이가 행복할 수 있을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부모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무엇일까?

돈, 건강, 집, 학력, 명예, 권력...??



정서적 흙수저, 정서적 금수저. 

언젠가 유행했던 말이다.



미국에 유명한 뇌과학자인 존 메디나 박사는 부모 교육 특강에서 미국의 아빠들에게 이런 질문을 자주 받았다고 한다.

“어떻게 키워야 우리 아이가 나중에 하버드에 갈 수 있을까요?”

그의 답은 간단하고 명쾌했다.

“집에 가서 아내(아이의 엄마)에게 잘해주세요”

뇌과학자의 답치고는 좀 엉뚱해 보인다.

그러나 그 답에는 이유가 있다.

뇌는 지속적인 스트레스에 취약하고 전두엽과 기억력을 관장하는 해마가 위협을 느끼면 잘 발달하지 않고 퇴화하기 때문이다. 즉, 부부 사이가 좋아야 그 밑에서 자라는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 뇌가 건강하게 발달하고 그래야 공부도 잘하고 또래 관계도 원만해서 좋은 대학에 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 출처: 정서적흙수저와 정서적 금수저 p.268 )



부부 사이가 아이의 정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나는 아이를 정서적 금수저로 키우기로 다짐했다.

엄마와 반대로 말이다.



남편이 때론 미워도 아이에게 아빠 험담하지 않고

하루에 최소 한 시간은 아이와 함께 놀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지고

내 기분이 상한다고 아이에게 상처 주는 말을 쉽게 하지 않으며

절대로 아이는 때리지 않기로~!



그것이 엄마가 처음인 나의 육아 목표가 되어 버렸다.






매거진의 이전글 멋 모르고 달게 된 ‘엄마’라는 이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