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답게 Jan 04. 2023

시어머니와 화끈한 새해 인사

이제는 다르게 살 거야!

2023 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되면 기대와 설렘이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게 된다. 지난해 못한 일도 올해는 해낼 수 있을 것 같고 올해는 더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대감이 생긴다.


그러나 올해는 마치 평범한 일상의 다음 날과 같다. 무언가 새로운 일이 생길 것 같지 않고 더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지도 않다. 내가 더 나아질까? 노우, 노우 자연스레 그런 생각이 든다.


밤사이 꾼 꿈에 벌떡 일어난 새벽녘.

어두운 동굴에 웅크려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나를 바라보며 올해는 별다른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나라는 사람은 그대로 일거라는 무의식의 다짐들이 불쑥 올라온다.



매해 새해 첫날은 기대하며 살았다!

세상은 그래도 괜찮고 올해 나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좋은 사람을 만날 것이고 나에게 좋은 일들이 가득할 거라고.. 그러나 그런 일은 잘 일어나지 않았고 내가 경험한 세상은 괜찮은 인간보다 별로인 인간이 더 많았다. 내 핑크빛 소신에 대한 노력의 결과는 나의 몸과 마음을 서서히 힘들게 했다.







새해를 맞이하여 오래간만에 시어머니께 안부 전화를 걸어본다. 오래간만인지 어머님은 내 목소리를 단번에 못 알아들으신다.


“어머님~~ 저예요.”

다시 말하자 나인줄 아시고 며칠  다친 손자의 안부를 물으신다. 다행히 아들은 수술할 정도는 아니며 가족들은   없이 지내고 있다고 말씀드려 어머님의 마음을 안심시켜 드린다. 궁금했던 가족 소식을 확인하신 어머님은 깜빡이도 없이 다른 얘기를 하신다.


“너는 친정도 시댁도 멀어서 혼날 일도 칭찬들을 일도 없겠다!”

어머님의 뉘앙스가 서운한 마음 한가득이다.




“ 어머님, 저한테 무슨 서운한 일 있으세요?”

평소 같으면 찝찝한 마음을 갖고 ‘아~ 네..’ 하고 지나갈 말을  오늘은 용기 내어 여쭤본다.



“ 할 말은 있는데 지금은 기억이 안 난다!”

음.. 이건 분명 서운하단 말씀인데.. 무엇이 서운하셨을까? 좋은 마음으로 새해 전화 드린 나의 기분이 씁쓸해진다.




 “어머님 저는 어머니께  혼나는 것도 싫고 칭찬도 별로 듣고 싶지 않은데.. 서운한 게 있으시면 아들한테 직접 말씀하세요.”

나는 어머님께 나의 속내를 비춰본다.


사실 그렇게 말을 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어머님은 귀하게 얻은 막내 외동아들을 엄청 사랑하시고 늘 보고 싶어 하신다. 대부분의 부모들도 자식을 사랑하지만, 막내아들을 대학에 보내고 밤마다 우실만큼 어머니는 아들에 대한 남다른 마음이 있다. 어머님은 아들 목소리가 듣고 싶어 전화할 돈을 주면 아들이 일 년에 두 번 정도 전화를 했다며 지금도 생각날 때마다 말씀하신다. 그런 무심한 아들이 지금이라고 자주 연락하겠는가? 매번 내가 대신 남편의 안부를 전하고 남편에게 몇 번을 얘기해야 한 두 번 전화하는데..

코로나로 자주 못 본 대다가 안부 전화까지 뜸했으니 그 서운함이 많이 쌓였을 것이다. 그래도 그 화살이 귀한 아들에게는 갈 수 없으니 남편 단속 못한 나에게 오는 것임을 나는 안다.


어머님은 강한 어조로 말씀하신다.



“싫은데, 아들한테 말 안 하고 너한테 할 건데!”

어머니의 이런 단호한 목소리와 말씀은 결혼한 이후로 처음 들어본다. 이렇게 말씀하시니 나도 이번에는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어머니 사랑은 아들한테 다 주시고 서운한 건 왜 저한테 주세요?”

어머님은 내 얘기를 들으셨는지 같은 말만 반복하신다.



“ 나는 아들한테 말 안 하고 너한테 다 말할 거다!”

이유를 물어도 어머님은 나한테 얘기할 거라는 말씀만 반복하신다.



나 원 참!

이 일을 어찌할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