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골에 당근 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아무도 연락 안 오는 거 아냐..?'
그 무렵 나는 매일 당근마켓 어플을 들락거리며
얼른 서울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쯤 내가 시골에서 뭘 하고 지냈냐 하면
시골에서 하게 된 첫 번째 돈 버는 일.
근처 학교에서 기숙사 사감 일을 하고 있었다.
주말 저녁에 출근해서 다음날 아침에 퇴근하는 일이었다.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서 자리를 지키는 일이랄까.
그럼 평일에는?
물론, 평일에도 일을 했다.
이게 시골에서 하게 된 두 번째 돈 버는 일.
면사무소에서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배부하는 일이었다.
정부에서 1,2차로 나눠서 배부했고,
제천시에서는 시에서 주는 지원금을 또 따로 한번 배부했기 때문에
한번 하고 나니 면사무소에서는 관련 일이 생길 때마다 나에게 연락을 주셨다.
비공식 면사무소 직원(?)으로 스스로를 칭하며
일이 계속 이어지는 게 왠지 모르게 뿌듯했다. (공무원도 아니면서 말이다)
이렇게, 서울에서도 이미 빼곡했던 나의 아르바이트 이력에 또 다른 새로운 이력을 추가하던 중이었다.
몸만 시골로 왔지 내 생활은 도시와 다를 게 없었다. 다음 달 쓸 생활비 벌기에 바빴다.
하지만 확실한 건 새로움이 있었다. 도시에서 했던 아르바이트들과는 다른 느낌.
한쪽 창문을 살짝 내리고 바람을 맞으며 음악을 들으면서 가는 출근길은 낯설면서도 설레었다.
어쨌든, 벌려놓은 일들로 인해 당장 서울로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적어도 계약기간은 마쳐야 했기에, 앞으로 두 달은 더 이곳에 있어야 했다.
그사이 생각보다 냉장고는 빠르게 팔렸다.
근처에 펜션이 많아 수요가 있었는지,
한 펜션 사장님이 와서 직접 실어 갔다.
"침대도 당근에 올렸어!"
"벌써?"
"안 팔릴지도 모르잖아. 그래서 미리 올려두려고"
"그래 잘했어. 이제 침대만 팔리면 올라올 수 있겠네"
다시 서울로 올라가면, 남자친구와 같이 살 생각이어서 침대가 필요 없었다.
여기서 침대까진 처분을 해야 트럭 없이 이사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침대 처분은 나에게 남은 마지막 관문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침대와 남은 아르바이트 계약기간이
마치 나를 이곳에 묶어놓는
족쇄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