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살린 독서
휴직을 하고 집에 혼자 있을 때 주어진 그 시간이 처음에는 너무나 낯설고 길어서 힘들었다. 멍하니 창밖을 보고 있으면 우울한 생각들이 올라왔기에 처음에는 커피숍에 가서 책을 읽었다. 집에 가만히 있으면 자꾸만 우울과 불안이 올라왔기에 이를 몰아내기 위해서 책을 읽었다.
두려움과 불안에 대한 나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 데일카네기의 [자기관리론]을 읽었다. ‘딱정벌레 때문에 쓰러지지 말라’는 말은 잔걱정이 많은 나에게 너무나 인상적인 글이었다. 400년 동안 모진 비바람에도 꿋꿋했던 나무가 딱정벌레 무리의 공격을 받아서 쓰러졌다는 이야기이다. 딱정벌레들은 나무껍질을 뚫고 속으로 파고들었고 미약하지만 끊임없는 이런 공격이 계속되면서 나무는 점점 힘을 잃고 쓰러졌다. 이에 대하여 데일카네기는 걱정하는 습관을 없애기 위한 방법으로 ‘무시하고 잊어야 할 사소한 일로 속상해하지 말라’고 말한 것이다. 사소한 것도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나였기에 이 말을 지나칠 수가 없었다. 더 걱정하지 않기 위해 좋은 생각으로 머리속을 채워야 했다.
책을 읽는 동안은 두려움과 불안, 걱정이 사라졌다. 그래서 더 많은 책들을 읽었다. 작년에 읽은 책 중 가장 많은 도움을 받은 책은 김지수 작가가 쓴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이다. 이어령 교수님이 암투병을 하면서 김지수 작가와 인터뷰를 한 것이다. 이어령 교수님 생전의 마지막 인터뷰집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나의 불안을, 나의 우울을, 나의 허무를 이 책을 통해서 이해받았다. 또한 이어령 교수님이 암투병 중이었기에 더 마음이 닿았던 것 같다. 프롤로그를 읽으면 지금도 눈물이 난다.
지금 이 순간, 스승이 필요한 당신에게 이 특별한 수업의 초대장을 건넨다. 위로하는 목소리, 꾸짖는 목소리, 어진 목소리... 부디 내가 들었던 스승 이어령의 목소리가 갈피마다 당신의 귓전에도 청량하게 들리기를,
"무서운 꿈을 꾸었느냐?"
"슬픈 꿈을 꾸었느냐?"
"왜 그리 슬피 우느냐?"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김지수 지음, 열림원
이제까지 한 번도 나의 건강을 의심한 적도 없었고 한 번도 내가 민폐 교사가 된다는 생각도 해보지 못했는데 이 모든 것들이 다 이루어진 해에 만난 이어령 교수님의 말씀은 내 아픈 상처 하나하나 돌봐주며 살아갈 수 있는 숨을 불어넣어 주었다.
‘너답게 세상에 존재했어?’라는 이어령 교수님의 말씀은 이 책을 덮어도 언제나 나를 따라 다닌다. 무슨 일을 하다가도, 무엇을 해 보려고 하다가도 ‘나다운가?’를 꾸준히 생각하고 있다. 여전히 답을 찾아나가는 중이지만 책을 읽으며 나의 불안과 우울, 두려움을 잠재우며 하루 하루 성실하게 나답게 살아가고 있다.
쓰러져가는 나를 지탱하기 위해 시작한 독서를 통해 작년에 100권이 넘는 책을 읽고 독서기록을 블로그에 남겼다.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살기 위해서, 나쁜 생각들에 사로잡히지 않기 위해서, 아이들앞에서 시들해지는 엄마의 모습을 보일 수 없다는 생각으로 읽기 시작한 책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나의 독서이야기를 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