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잘 풀리는 때가 있고 잘 풀리지 않는 때가 있다. 지금 내게 시련이 왔다고 그것이 내가 무기력해질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시련은 언제든 올 수 있는 일이었고 그것이 좋은지 나쁜지는 지나 봐야 안다.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처럼 그 시련이 오히려 좋은 일이 되는 수가 있다.
십 년 전쯤 있었던 일이다. 같이 근무했던 신규교사가 다른 지역으로 파견을 갔다. 그곳에서 학부모의 극성 민원으로 힘들어하다가 의원면직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당시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걱정했는데 지금의 교직 상황을 생각해 보면 오히려 잘된 일이 된 것이다. 발령받은 지 몇 년 안 된 교사였으니 그때도 20대였기에 새로운 출발을 바로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 내게 주어진 시련을 기꺼이 인정하고 그 시간을 잘 지나가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힘들다면 하루하루를 지내온 것에 감사하며 보내고 조금 더 힘이 있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 하나씩 바꿔보는 것도 해보려고 한다.
그 방법으로 꾸준히 책을 읽고 내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교사 생활을 하며 승진을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승진을 꿈꾸지 않으니 승진과 관련되는 일은 굳이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떳떳할 수 있도록 가르치기, 그것이면 충분하다.
힘들 때일수록 시선을 나로 두고 내 주변의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로 좁히는 게 도움이 된다. 내가 지켜야 할 사람들, 나의 우주는 나와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나의 우주를 지키기 위해 나를 더 돌보는 시간을 갖는다면 그 시련 덕분에 더 단단해진 나의 내면을 갖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생긴 내면의 나이테가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내 삶은 더 깊고 넓어질 것이다.
시련 덕분에 넓어진 시선으로 다시 바깥을 향할 때가 있을 것이다. 그때를 그저 기다리지 말고 적극적으로 기다리자. 책을 읽고 생각하고 글을 쓰자. 그리고 내 몸을 단련시키기 위해 운동을 하자. 나를 적극적으로 가꾸며 사랑해 주자. 나의 소중한 사람들을 더 많이 사랑해 주자. 그렇게 시련을 견뎌보자. 나만의 나이테를 더욱 진하게 만들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