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싶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 다시 생각하는 것조차 힘들어서 차마 글로 쓰지 못하는 이야기가 있다. 누구에게나 그런 일들이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일어나는 때가 있다. 나만 그렇게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그 일을 겪었을 때 동료 교사의 말이 나를 멈춰 세웠다. “그래, 할 수 있는 일이야. 하지만 그렇게 몸을 던져서 깨지고 나면 자기만 손해잖아.” 그 말을 듣고 한참을 생각하고 나서야 이 시간을 잘 견뎌내는 것이 나를 위한 일이라는 것을 온전히 받아들였다.
누구에게 말한다고 한들 나의 아픔과 상처가 나아지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더 생채기가 났다. 견뎌야 했다. 이렇게 상처받았어도 묵묵히 너의 일을 하고 있는 네가 참 기특하다며 하루하루 견디는 삶을 살아내는 나를 응원했다. 그 누구의 이야기보다도 나를 위해 내가 쓰는 글이 나를 위로했다.
외부에서 오는 시련으로 누군가에게 힘들다고 내가 말할수록 공허해진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태풍으로 힘겨운 날들이지만 나와 이야기하는 사람은 화창한 날들 속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온전히 나를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나였다. 이때 알았다. 우리에게 시련이 올 때 그 시련은 철저히 개인적인 것이라는 것을.
'누가 너를 모욕하더라도 앙갚음하려 들지 말라.
강가에 가만 앉아 있노라면 머지않아서 그의 시체가 떠내려 가는 꼴을 보게 되리라.' - 노자
『기분을 관리하면 인생이 관리된다』- 김다슬 지음, 클라우디아
'When they go low, we go high.
그들이 저급하게 가도 우리는 품위 있게 가자.'
-미셸 오바마
누군가를 붙들고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책을 읽으면서, 내 마음을 글로 풀어내면서, 그 일들을 내 마음에서 비워냈다. 나에게 소중한 것들에 더 집중하기로 하고 그 외의 것들은 흘려보내기로 했다. 내 마음에 소중한 것들만 담기로 했고 소중한 사람만 만났다. 읽고 쓰면서 시간을 견뎠다.
갑자기 닥친 시련으로 몸과 마음의 상처가 너무 커져서 힘들다면 시련에 대응하여 맞서기보다 그 시간을 묵묵히 견뎌내길 바란다. 내 몸과 마음의 상처가 있을 때는 시련의 터널을 묵묵히 견뎌 나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하는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 시련 속에서 고난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그때는 조용히 들어주기만 해도 좋다. 들어주는 것 외에 다른 말들은 도움이 되기보다 또 다른 생채기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시련의 터널을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가만히 들어주면 상대는 상처를 보듬고 일어날 힘을 얻게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시련의 시간을 견디고 나에게 있던 상처들을 다 회복하는 과정을 다 거치고 나니, 내 안에는 이전과는 다른 큰 힘이 자리 잡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것은 이제 내 영혼의 중심추가 되어서 흔들릴 때마다 나를 잡아주고 있다. 시련의 터널이 길고 더 힘든 시간이었던 만큼 내 몸과 마음에 더 단단한 근육이 생긴 것이다. 여전히 다른 종류의 시련이 올 때 휘청거리고 흔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내 내 안의 중심추가 나를 바로 세운다. 시련이 나를 잘 지나갈 수 있도록 내가 버틸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믿게 되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시련을 겪고 있나요?
나에게 털어보세요. 소중한 내 안의 나에게 글로 말해보세요.
내 안에 먼지만큼의 비밀도 없이 다 털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