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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시원한 바람 냄새가 났으면

by 쓰는교사 정쌤


가끔 하늘을 바라보며 숨을 크게 들이쉰다. 삶을 조금 더 높은 곳에서 바라보자고 되뇐다. 숨을 또 크게 들이마시며 나에게 꿈꾸는 사람의 흔적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에게 산들바람은 꿈의 바람처럼 느껴지기에 나에게서 시원한 바람 냄새가 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나와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멀리 바라보는 느낌이 들었으면 하는 생각도 해본다.


'나는 내 속에서 스스로 솟아나는 것,

바로 그것을 살아보려 했다.

그것이 왜 그토록 어려웠을까?'

-『데미안』-헤르만 헤세 지음, 미르북컴퍼니


남이 아닌 내 안으로 안테나를 돌리고 나서 한참 내 안에 간직했던 말이었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스스로 살아가고자 한 모습이 어땠는지 생각해 보았다. 쪼그라들었던 내 마음을 다시 펼치며 내 첫 마음들을 하나씩 꺼내보기 시작했다.


데미안의 '사람은 거북이처럼 제 안으로 완전히 들어가지 않으면 안 돼.'라는 말처럼 내 안에 들어가서 나를 더 많이 살펴보았다. 문득 고등학생 때 한 친구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너는 왜 그렇게 너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많이 해?” 내 생각을 많이 이야기했고, 나와 생각이 같은 쌍둥이가 있었으면 하고 생각하던 시절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남들은 나처럼 생각을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여전히 내 안에 생각이 많다. 지금은 생각들을 누군가에게 쏟아내지 않는다. 내 일기장, 블로그, 브런치에 생각 나누기를 할 뿐이다. 일기장에는 날 것의 생각들을 쏟아낸다. 그리고 조금 더 정제되고 안전한 이야기를 블로그와 브런치에 나눈다.

내 안에 생각이 많고 꿈꾸는 자로 살아가는 건 교사에게 참 좋은 점이기도 하다. 아이들에게 꿈꾸는 사람의 표정으로 신나게 이야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야 느끼는 것이지만 자기 안에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이 있다.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니 아이마다 얼마나 다양한지 새삼 나의 어린 시절을 내가 이해하게 되었다.

여전히 나는 무엇이 되고 싶고 잘 살고 싶은 마음으로 살아간다. 몸은 늙어도 마음은 늙지 않는지 여전히 꿈을 꾼다. 내가 가고자 하는 곳은 남들의 좋아 보이는 모습이 아닌 내가 가장 잘 도달할 수 있는 곳, 내 안에 있는 그곳을 향하고 있다.


내가 가지지 못한 곳에는 다다를 수 없기에 내 안에서 나오는 모든 것들에 관심을 기울이고 하나씩 하나씩 해보고 있다. 책도 읽고 글도 쓰면서 나를 하나씩 꺼내어 본다.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도 이 수업은 이렇게, 학급경영도 계속 조금씩 변형을 하고 있다. 남들의 것을 그냥 가져다 쓰지 않고 나에게 맞게 고친다. 즐겁게 하는 놀이도 내가 더 잘 이끌어가고 학생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는 방향으로 맞춘다. 내가 줄 수 있는 것에서 가장 좋게, 결국 아웃풋을 최대한으로 가져오게 하는 것은 나에게 맞느냐인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또한 남들에게 좋아도 나에게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무엇을 하든 우리는 자기 안에 있는 것들을 살펴봐야 한다. 수컷나방이 암컷 나방을 찾아 수십 킬로미터를 날아오는 것처럼. 내 안에 있는 그것이 내가 꿈꾸는 것과 맞아떨어진다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벌어진다는 것을 마음에 새기며 내가 가진 것을 더 소중히 들여다보고자 한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치고자 한다. 인간은 자신 안에 가진 것들을 무한하게 펼치는 존재라는 것을 잊지 말고 나부터 그렇게 살도록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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