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에서 노 젓기

2026년 1월 18일 일요일 날씨: 흐림

by 대차게해봄

<그리스인 조르바>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구원받을 수 있는 길은 오직 다른 이들을 구하기 위해 투쟁하는 거라고. 진짜일까. 단 한 번도 구원받은 적 없는 인간이, 남을 구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이는 게 가능할까. 그래도 되는 걸까.


지난 월요일, 초짜 사주 선생님을 만난 이후로 ‘봉사’라는 단어가 내 머리에 눌어붙었다. 그날 저녁 책에서는 또 이런 문장을 만났다. ‘다른 사람을 배에 태우고 강 저편으로 건네주는 사람은 결국 자신도 강 저편으로 간다.’ 오늘까지도 자꾸만 되감기 된다.


나의 전업인 살림이 ‘가족을 구하는 투쟁’이 될 수 있을까. 버터를 녹여 김에 바르고 죽염을 살살 뿌린 후 구워서 차곡차곡 재는 일. 그 한 장을 포도 입에 넣어주는 일을 강 저편으로 건네주는 일이라고 불러도 될까. 새로운 일을 벌이기 전에 우선, 가족을 정성스럽게 돌봐야겠다. 적어도 내가 탄 배는 전복되지 않아야 한다.


오늘도 나는 주방을 누비며 노를 힘껏 저었다. 하루 종일 종종종. 그나저나 나는 지금 어디쯤 건너와 있는가.


<대차게해봄>

살림, 나만의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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