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소리 다 해도 되는 존재

2026년 1월 21일 수요일 제목: 진짜 추운 날

by 대차게해봄

“너거는 아(‘아이’를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도 하나 있는데, 돈에 신경 쓰고 살지 마라.”

엄마가 전화로 이런 뚱딴지같은 소리를 했다.

“엄마, 우리 동네에서 학원 하나도 안 보내는 사람은 나뿐이야. 애 하나라도 잘 키우려면 돈이 얼마나 많이 드는데.”

나는 이렇게 대답했지만 속마음은 이렇게 대꾸하고 싶었다

“엄마는 내만 보면 천날만날, 누구 집 딸은 친정에 팔십만 원을 준다더라, 누구 집 딸은 어디 좋은 회사에 댕긴다더라, 이런 말만 하면서. 내가 돈 신경 안 쓰게 생겼나!”

우리 엄마는 정말 그렇다. 내 얼굴만 보면 나보다 잘난 이웃집 딸 이야기를 한다. 막말로, 나도 엄마에게 엄마보다 잘난 이웃집 엄마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 심정이다. 우리 엄마는 왜 그럴까.

‘우리 엄마는 왜 그럴까.’를 적어놓고 보니, 나는 우리 엄마가 왜 그런지 전혀 모른다. 늘 마음속으로 엄마를 욕하고 싫어하기만 했지, 엄마를 이해하려고 노력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엄마는 평생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애쓰면서 살았다. 돈이 좋아서가 아니라, 돈이 없을 때의 두려움을 오래 버텨온 사람이다. 그런 상황에서 엄마가 나에게 많은 기대를 건 것은 이상하지 않다. 공부 잘하던 딸, 선생님이 늘 칭찬하던 딸, 좋은 직장을 다니던 딸이 전업주부로 살고 있으니, 엄마 마음에는 실망과 돈 걱정이 한 덩어리로 엉겼을 것이다. 엄마 눈에는 전업주부가 아닌 이웃집 딸이 더 반짝일 수도 있다.


이제부터는 엄마의 말 한마디에 토라지지 않아야지. 그냥, 그러려니. 넘기면서 그 말 뒤에 뭐가 숨어있는지, 엄마의 추웠던 시절을 떠올려보려고 한다. 엄마는 내게 별소리를 다 해도 되는 존재다. 엄마의 말에 상처받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감사한 마음이 훠얼씬 크다. 엄마를 이해해 봐야겠다.

<대차게해봄>

엄마의 말에는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이해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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