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주부의 퇴근

2026년 1월 25일 일요일 날씨: 역시, 대구는 따뜻해

by 대차게해봄

서울이 아무리 얼음장이라도 대구는 여기저기서 들리는 사투리만으로도 따뜻했다. 사투리가 마음을 데우는 친정에서 우리집으로 무사히 복귀했다. 친정이든 시댁이든 어디든 갔다 오기만 하면 내 소망은 딱 하나다. 밥 먹고 씻고 바로 자기. 목표가 이렇게 단순해지는 순간이 있다.

깜박, 깜박. 한글 문서 안에서 점멸하는 커서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깜박, 깜박. 나의 일상으로 다시 복귀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등 같다. 다행이다, 마음이 편안해서. 내 마음이 편안하면, 세상은 편안해진다. 내 마음대로 세상을 해석한다. 내 마음이 삐끗하면, 세상도 순식간에 난장판이 된다.


손가락이 더 이상 안 움직인다. 피곤하다기보다, 자고 일어나야만 내 일상이 제자리로 돌아올 것 같다. 여기서 멈춘다. 멈추는 것도 실력이다. 전업주부에게는 특히 더 중요한 능력이다. 나는 우리집의 사장이니까, 사장이 속도 조절을 잘해야 구성원들(남편, 포도)이 안정되게 제 할 일을 할 수 있다. 전업주부의 퇴근은 일을 끝내는 게 아니라 내일로 미루는 일이다. 미뤄야 평화가 온다. 나는 평화롭기로 한다.

내일 코스피는 또 오를까. 벌써 기대되지만, 내일은 회피했던 부동산 시장을 좀 챙겨봐야겠다. 에브리띵 랠리 중이라, 에브리띵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시점이다. 다만, 내가 붙잡는 에브리띵이 정말 나를 살리는 일인지, 아니면 불안을 더 키우는 일인지, 그것도 내일의 나에게 맡긴다.

<대차게해봄>

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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