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 대신 어묵탕

2026년 2월 3일 화요일 날씨: 깜깜한 추위

by 대차게해봄

아주 오랜만에 새벽 4시에 일어났다. 사실, 의도를 가지고 의지를 발휘해서 일어났다기보다는 잠이 나를 버리고 갔다. 무릎 치료를 위해 먹는 스테로이드제의 부작용 같기도 하다.


새벽 독서를 하는 중에 내 안에서 온갖 것들이 올라왔다. 특히, 미룬 일은 책장을 넘기는 손가락 끝에 가시가 되어 나를 찔러댔다. 이 새벽에 그걸 해치우면 속이 다 시원할 텐데, 나는 의도적으로 고집스럽게 책을 꽉 붙잡았다. 그냥 책이나 읽고 싶었다. 책은 내게 도피처가 되었다. 나는 그곳에서 뻔뻔했다.


책에서 이런 문장을 만났다.

“금메달을 따야만 행복하다고 믿으면 당장 오늘 하루가 행복하지 않다.”

아, 그래서 내가 늘 우울했구나. 나는 금메달을 따야만 행복하다고 믿었던 사람이다. 오늘 행복해야 오늘 최선을 다할 수 있다는 말도 내게 콱 박혔다. 우울할 때 나는 이런 생각을 많이 한다.

‘이걸 해서 뭐 한담?’

‘나 또 삽질하네.’

이 상태에서는 도저히 정성을 발휘할 수가 없다. 정성은 기분 좋은 몸에서 나온다.


오늘은 금메달 따는 규칙을 바꾸기로 한다. 금메달의 기준은 ‘완벽’이 아니라, ‘정성’이다. 낮에는 미룬 일을 시작이라도 해둬야겠다. 그래야 나를 덜 미워할 것 같다.


이제 어묵탕을 끓이러 간다. 뜨뜻한 국물이 오늘을 잘 살게 해줄 것이다. 총총총


<대차게해봄>

새벽 독서

+

국을 끓이면서 글을 썼다.

국과 글이 동시에 완성되었다.


어묵탕에 샤브샤브용 소고기를 넣었더니?

오!

더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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