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겠다 대신 하고 싶다

2026년 2월 11일 수요일 날씨: 따뜻함이 분주한 날

by 대차게해봄

오늘 새벽에는 모닝페이지를 쓸 새 노트 한 권을 주문했다. 새벽에 하는 주문은 대체로 비장한 결의가 담기는 편이다. 매일 모닝페이지를 쓰리라 다짐하며 결심을 결제했다. 주문한 후 다 쓴 노트를 아무 데나 펼치며 읽었다. 그런데, 온통 이 말뿐이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겠다. 강의를 들어야겠다. 책을 읽어야겠다. 가계부를 써야겠다. 달리기를 해야겠다. 집을 더 깨끗하게 해야겠다. 요리를 해야겠다. 매일 해야겠다. 꾸준히 해야겠다. 계속해야겠다.


나의 모닝페이지는 꼭두새벽부터 나에게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해야겠다’로 끝나는 문장을 빼면 남는 내용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나는 내게 굉장히 심술궂은 상사였다. 얼마나 나를 부려 먹을 작정이었는지.

궁금해졌다.

과연 나는 내 마음의 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을까.

과연 내 마음은 스스로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존재일까.


그래서 오늘부터는 ‘해야겠다’라는 말 대신 ‘하고 싶다’라는 말을 써보기로 했다. 그러고 싶다. 말이라도, 나에게 의무를 씌우기보다 욕망을 표현하기로 했다. 책을 읽어야겠다 대신 내 머릿속에 다른 사람의 지혜를 들이고 싶다. 가계부를 써야겠다 대신 내 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너무 궁금해, 알고 싶어! 집을 깨끗하게 해야겠다 대신 단정하고 아름다운 집에서 살고 싶다. 그러면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반 팔십이 넘은 나이에 하고 싶은 일을 찾겠다니요. 해야 할 일부터 착착 해나가야죠. 물론 안다. 해야 할 일을 안 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해야 할 일도 잘 해내고 싶다. 억지로 끌고 가는 게 아니라 내가 적극적으로 주무르고 싶다. 집밥을 할 때도 ‘한 푼이라도 절약하기 위해 부지런히 집밥을 해야겠다.’가 아니라 ‘내 손으로 만든 건강한 밥을 먹고 싶어.’라고 말하면서. 그리고, 하고 싶은 일도 찾고 싶다. 그러고 싶다.


해야겠다 대신 하고 싶다.

서술어 하나가 내 안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대차게해봄>

대차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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