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특한 나

2026년 2월 15일 일요일 날씨: 따뜻함

by 대차게해봄

‘계속 눈 뜨고 있다가 글 쓰고 자야지.’

어젯밤, 친정에서 포도를 재우며 이 생각을 하자마자, 하자마자, 하자마자, 오마이갓, 눈을 떴을 뿐인데, 새벽 5시였다.

‘이제 어떡하지. 매일 글쓰기를 그만할까. 일주일에 5번만 할까. 집을 떠나는 날에는 하지 말까. 아니면, 일주일에 제대로 된 글 딱 한 편만 쓸까. 아니야, 안 돼. 그러면 아예 글쓰기를 그만둘지도 몰라.’

잠결에 작전을 짜다가 계획을 세우며 다시 잠들었다.


지금 내가 내린 결론은 이거다. 매일 쓰자. 최선을 다하자. 완벽하게 쓰자는 게 아니라, 끊이지 않게, 계속 쓰자. ‘매일’이 아니라 일주일에 제대로 된 글 딱 한 편만 쓰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오늘은 쉬자, 오늘만 쉬자, 내일부터, 다음 주부터, 1일부터 하다가, 글쓰기 자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제대로 된 글 한 편은 매일 쓰는 과정에서 건져 올려지는 거다. ‘매일’은 내게 목표가 아니라, 나를 넘어지지 않게 붙들어주는 손잡이다. 매일 붙들어 매고 살자. 이런 결론을 내리는 나를 보니, 기특하다. 내가 나이를 허투루 먹지는 않았구나.


매일 글쓰기 덕분에 연휴 둘째 날 나만의 고요한 시간을 보낸다. ‘매일 글쓰기’라는 나만의 프로젝트가 없었다면 지금 남편처럼 낮잠을 자거나, 아니면 언니네를 따라 동성로에 놀러 갔겠지. 물론 그것도 좋지만 나는 ‘나만의 고요’를 선택했다. 눈 깜빡하는 사이에 휘리릭 지나가는 연휴, 아빠가 잠결에 편안하게 죽었으면 좋겠다는 말이 오가는 판국, 난장판 같은 삶 속에 고요는 저절로 오지 않는다. 내가 만들어야 온다. 때로는 쥐어짜야 할 때도 있다.


2024년 3월 10일에 시작한 매일 글쓰기. 703일째에도, 어제 707일째에도 못 썼다. 아깝다. 흠이 난 것 같다. 그래도 괜찮다. 하루도 빠짐없이 100일을 쓰면 내가 확 변할 줄 알았는데 그런 건 없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200일도, 300일, 500일도 그랬다. 꼬박꼬박 1000일을 쓴다고 해서 내가 훅 퀀텀 점프할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매일 빈문서에 한 글자 한 글자 채워 넣는 이 작업이 내 삶의 방향을 아주 조금씩, 포도의 솜털 길이만큼은 바꾼다는 걸 안다. 앞으로도 오늘처럼 기특한 선택을 하는 날이 더 많아질 것이다.


뭐든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는 쪽으로

나를 괴롭히기보다는 돌보는 쪽으로

나는 걸어갈 것이다.


<대차게해봄>

매일 글쓰기, 파이팅.

“오늘은 쉬자.”가 목구멍까지 올라와도

그냥 한 줄이라도 쓴다.

그 한 줄이 나를 살린다.


+

엄마는 글쓰고

포도는 글을 모르니 그림을 보는 낮.

기특한 나,

기특한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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