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13일 금요일 날씨: 벌써, 내년 겨울을 기다려요
“엄마, 선물!”
포도는 오늘도 유치원에서 내 선물을 만들어왔다.
“오, 오, 오.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무지개네. 어머나, 오늘은 금색 나뭇잎도 붙였어. 엄마 스타일이야. 아잉, 엄마랑 너랑 같이 하트를 만들고 있는 모습이네. 꺄, 사랑스러워.”
나는 오늘도 역시나 호들갑을 떨면서 내 역할을 완수했다.
포도는 유치원에만 가면 하루도 빠짐없이 내 선물을 만들어온다. 나 또한 꼬박꼬박 칭찬을 화끈하게 퍼붓는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아무도 모르게, 선물을 바로 종량제 봉투에 고이 모신다. 안 그러면 포도가 선물을 여러 번 보면서 기억하고, 없어지면 “엄마, 그거 어디 있어?” 하며 찾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포도의 정성을 버리는 게 너무 섭섭해서 쌀자루에 다 모아뒀다. 다이아몬드, 하트, 시계, 고양이, 강아지가 하나둘 쌓여 처치 곤란한 짐이 되었다. 쌀자루가 커질수록, 저걸 어째, 마음의 짐도 불었다. 결국은 다 버렸다. 그래서 요즘에는 아주 빠르게 버린다.
전업주부가 되니 버리는 일이 늘었다. 아깝다고, 의미 있다고, 다 모아두기 시작하면 우리집은 금세 숨 막히는 창고가 될 것이다. 글도 똑같다. 나는 쓰면서 동시에 버린다. 반짝이는 말이 좋다고 전부 남겨두면, 글이 아니라 쌀자루가 된다. 중요한 것만 남기고 나머지는 죄다 버리기. 내가 터득한 살림의 기술, 글의 기술이다.
오늘 받은 선물은 괜히 버리기가 아까워 붙여놓을 곳을 찾고 있다. 모니터 옆에 붙일까, 냉장고에 붙일까, 싱크대? 아니면 방문? 현관문? 어디든 완벽해. 6살, 꽃들 1반 포도의 마지막 선물은 남기고 싶다. 이제 3월이 되면 포도는 유치원에서 제일 큰 형님반으로 올라간다. 벌써!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포도. 애미는 어른이 되니 이 세월의 속도가 가혹할 뿐이다.
포도는 형님반에 가서도 내 선물을 만들어올까. 매일 부지런히 버리는 선물이지만, 그래도 기다린다. 내년 이맘때의 선물, 내년 이맘때의 포도. 그리고 내년 이맘때의 나를 상상해 본다. 내년 겨울의 나는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잡고 있을까.
나는 무엇을 남겨야만 할까.
<대차게해봄>
지금의 나는 이 야밤에 김을 재야 한다.
조카들이 내가 구운 김을 얼마나 잘 먹던지.
심규선 노래나 들으며 달빛에 기대듯 김이나 재야지.
김도, 음악도, 달빛도... 어라, 별빛까지 선물이구나.
현재는 프리젠트, 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