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친정을 뒤로하고 시댁으로

2026년 2월 16일 월요일 날씨: 흐리게 슬픔

by 대차게해봄

"새벽에 여('여기'를 뜻하는 경상도 말) 난리 났다."

병원에 있는 엄마에게 조금 늦은 새벽부터 전화가 왔다. 아빠가 혼자서 화장실에 가다가 그만, 뒤로 꽝, 넘어졌단다. 넘어진다는 말은 시간이 더 가까워졌다는 뜻이다.


"아빠, 혹시, 뒤로 넘어지면서 충격을 받고 다시 좋아지는 거 아닐까."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언니의 말이 진짜라면 얼마나 좋을까. 아빠는 오늘 아침에 죽을 몇 숟가락 본인 스스로 드셨다. 일주일 만에. 그래도 아직은 더 살 수 있다는 신호였다. 아빠가 스스로 기운을 차리고 있었다. 고맙고 반가웠다.


"꼬꼬대~액, 꼬꼬꼬꼬꼬. 꼬꼬대~액, 꼬꼬꼬꼬꼬."

포도는 느닷없이 누워있는 할아버지 앞에서 암탉 흉내를 냈다. 왼쪽손은 이마 위에서 닭 볏을 만들었고 오른손은 엉덩이에서 살랑살랑 꼬리를 쳤다.

"엄마야, 처음으로 웃네. 아이고."

이번 연휴 처음으로 아빠가 한 곳을 응시했다. 포도를 보며 웃었다. 포도는 왜 갑자기 암탉으로 변했을까. 할배, 빨리 일어나라는 뜻일까. 아빠의 눈에서 반짝, 빛이 났다. 귀했다.


"그래도 우리는 얼마나 복을 많이 받았노. 아버님 저래 누워계셔도 우리는 왔다 갔다 하는 거밖에 없잖아. 어른이 아프시면 돈 걱정 하는 집도 있드라. 우리는 부자라서 다행이다."

한국어보다 영어를 더 잘하는 형부가 말했다. 객관적으로 돈이 많은 집도 아닌데 부자라고 생각하는 형부, 마음 부자인 건 확실하다. 이 와중이라도 분명 감사한 일은 있었다. 편안하게 숨 쉴 수 있는 숨구멍이 되어주었다.


설날 바로 전 날, 그렇게 친정을 뒤로하고 시댁으로 왔다. 내일 제사를 모시면서 남의 집 조상님께라도 빌어야겠다. 우리 아빠, 편안하게 가실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대차게해봄>

그래도, 씩씩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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