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턴의 제1 법칙인 관성의 법칙에 따르면 모든 물체는 하던대로 하려는 습성이 있다고 한다. 사람도 그렇다. 살아온대로 살아가려는 습성이 뿌리깊다. 익숙함을 추구하고 변화를 거부한다. 살던 동네에서 계속 살고 싶어하고, 출근길은 무의식적으로 항상 같은 길로 간다. 폭력, 외도 등 이미 산산조각 난 결혼생활도 웬만하면 유지하고자 한다. 내 삶에 강도9 지진과는 비교도 안되는 대격변이 일어나는걸 거부한다. 외부에서 가해지는 힘이 없는 이상 이 관성의 법칙을 깨뜨리지는 쉽지 않다.
또, 매몰비용 때문에 다른 선택을 할 용기를 내지 못하기도 한다.
결혼식에 쏟아부은 돈이 얼만데
그 힘든 과정을 거치고 결혼했는데
결혼생활이 몇년짼데
이때까지 투입한 내 시간과 돈이 아까워서 선뜻 버리고 돌아서지 못한다. 그건 내 선택과 내 인생이 틀렸다고 인정하는 것이니까. 뭔가 잘못 됐다는건 깨닫지만 바뀌는건 없다. 지나온 내 시간때문에 앞으로 남은 더 많은 시간까지 같이 날려버리는 것이다.
혹은 무섭다. 가 보지 않은 길을 가는것은 누구에게나 두려운 일이다. 더군다나 아이가 있다면 그 두려움은 배가 된다. 아이를 내품에 끼지 못하면 살 수 없을 것 같은데, 내가 혼자 힘으로 아이를 키울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답이 안나온다. 상상은 항상 최악으로만 치닫는다. 당장 주거 걱정부터, 아이가 아프면 어떡하나(사실 아이가 매일 아픈것도 아닌데 말이다) 등 모든 경우의 수에 최적의 플랜이 마련되어야만 한다. 지금의 생활수준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은 나를 적당히 현실과 다시 타협하게 한다.
그래서 나는 이혼에 용기가 필요하다고 감히 생각한다. 이혼을 종용하거나 찬양하는 것이 절대 아님을 밝힌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나 새로운 가정을 일구고 같은 곳을 바라보며 살아가는것은 세상에 다시없을 귀하고 값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행복한 가정이야말로 성공의 종착지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 누구라도 한 번의 선택이 잘못된 실수였음을 깨닫는다면 언제든 내 삶을 다시 올바른 궤적에 올려놓을 수 있음을 잊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김 팀장은 한 번 실패했잖아”
내가 막 신혼생활을 시작했을 무렵 회사에서 들었던 말이다. 김 팀장님의 이혼경력(?)을 원치 않게 알게 되었던 것이다. (이미 10년도 더 지난 일이고 이미 새로운 가정을 일구신 상태였다) 함부로 남의 비밀을 얘기하는 상사에게 놀라면서도 그 실패라는 말이 내 귀에 날아와 꽂혔다. 매일 싸우며 이혼을 생각하는 나보다 김 팀장님이 행복해보이시는데..? 불행하기 짝이 없어도 이혼하지 않은 나는 성공이고 행복하지만 이혼한 김 팀장님은 실패인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단지 이혼했다는 이유로 실패자라는 낙인을 찍는것이.
지금은 그 말을 인정한다. 나는 실패했다. 결혼 생활에 실패했다. 애써 포장하거나 부인할 생각은 없다. 우리는 실패함으로써 성장하니까. 학교다닐때 정답노트를 만든 사람이 있는가? 우리는 오답노트만 만든다. 틀린 문제만 다시 되짚어보고 고칠 점을 찾는다. 그래서 나는 실패한 내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나는 용기가 있어야 할 타이밍에 용기를 냈다. 외부에서 작용하는 힘이 없음에도 관성의 법칙을 떨쳐버리고 새로운 길로 이탈했다. 내가 한 실패는 분명 이혼이 아니라 결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