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문장이라도 깨달음을 준다면,

그 책은 가치 있는 책이랬다.

by Ben


<신과 함께>가 관객수 천만을 돌파했다고 했다.


그 당시 나는 인간에 대한 실망과 공포, 끝없는 무기력감에 빠져 스스로를 집에 가둬둔 상태였다.

먹고, 자고, 멍하게 앉아 티비를 봤다.

청소를 하거나 아이를 살피는 일은 없었다.


초등학생이던 아이가 집에 돌아왔다, 대충 밥을 차려먹고, 대충 빈 그릇을 쌓아뒀다. 그러고는 천만의 선택을 보증 삼아 그 영화를 재생했다.

지금 다시 보면 다를까 궁금해지는 그 영화는 너무 뻔했다.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옆에 앉은 아이의 행복을 뺏고 싶지 않아서 그냥 틀어놨을 뿐이었다.


"나태함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무위도식과 태만으로 일관해 고귀한 인생을 허비한 죄..."

"주어진 삶에서 노력하지 않고 게으른 시간을 보낸 자들이 가는 지옥."


지옥을 설명하는 대사가 귀에 와 꽂혔다.

고개를 돌려보니, 화면에는 회전 돌기둥에 깔리지 않으려고 처절하게 원판 위를 달리는 인간들의 모습이 비춰지고 있었다. 그 화면 너머 뒤 쪽 구석에 소복이 쌓인 회색 먼지덩어리가 시선에 잡혔다. 그리고 내 옆에 앉은 아이.


어제도, 그제도 먹은 간장계란밥을 불평 없이 먹는다. 먼지가 나뒹구는 방에서 잠을 자고, 지금은 엄마 옆에 앉아 티비를 본다.


갑자기 뺨이 뜨거워졌다.

씌워져 있던 필터를 해제시키듯 한순간 선명해졌다.

그렇게 나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카톡 알림음은 여전히 무음상태고, 외출이라도 할라치면 하루 전 몇 번씩 마음을 다잡아야 하는 후유증이 남았지만, 나는 내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

내 키를 훌쩍 넘긴 그 아이의 상처가 흉터 없이 아물었길 바라지만, 그런 일은 없다고 이성이 딱 잘라 말한다.

내가 평생 달려야 할 원판인 것이다.


"단 한 문장이라도 깨달음을 준다면, 그 책은 가치 있는 책이다. " 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신과 함께>는 단 한 장면으로 나에게 큰 깨달음을 준 가치있는 작품이 되었다.





누군가 묻는다. 인생작이 뭐요?

나는 답한다. <나의 아저씨>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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