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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규 Feb 16. 2023

아빠 생각(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

 

임신 출산 육아 대백과
 노란색 육아 책은 수학의 정석 같은 임신 출산 육아에 대한 필독서이기도 하다. 주변에서 ” 노란색 책 봤어? “ 이런 말이 자주 들린다. 아빠도 부모로서 봐야 하지만 , 정석 같이 딱딱한 느낌이라 멀어지고 싶다. 머릿속에 불나고 특히 문해력이 낮아 이해를 못 할 수도 있다.(핑계이지만...) 현재 일어난 일에 준비하는 성격으로, 갑자기 힘든 육아 상황에 마주하면 아무것도 못하지 않을까 싶다. 조금(?)씩 읽어서 아내에 대해서 도와줘야겠다는 마음은 항상 있다.
육아에 대한
마음은 충분하지만 행동이 잘 안 보인다.


 남성이라 상대적으로 여성으로서의 어려움을 알 수 없다. 임신과 출산을 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겪어 보지 않아서 내 경험처럼 말하기 쉽지 않다. 아내를 보면서 어디가 힘든지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병원에서 아빠가 엄마의 과정을 공유 하자는 출산 준비 교육도 있긴 하지만. 엄마들이 여성으로서 임신한 상태가 힘드니 아빠도 경험해서 내 힘든 마음을 알아줘라는 교육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가가 배에 있고 서로 살을 부대끼는 모성이 아닌데, 교육을 통해 부성이라는 애착이 생길까 싶다. 부성은 본능이라기보다는 아기를 키우면서 아빠가 경험한 거 아닐까 싶다. 이 교육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다른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남자와 여자이지 않을까 싶다.

이기적 유전자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리처드 도킨스)에서도 아빠보다는 엄마를 찾는 아기들의 유전자가 더 강하다. 엄마의 유전자 100%를 전달받아서다. 육아하면서 실제로 태어난 아들에 대한 감정이 아빠보다는 엄마가 더 많기도 해서다. 그렇게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으니 말이다.  태어난 아들에 감정이 없다기보다는 어릴 적의 자기 객관화가 되어 있는 게 크다. 내 어릴 적의 아들이라는 모습이 얼마나 가족들을 힘들게 한 지 알아서다. 그래서 출산하고 나서 아들이 내 품에 안기고 사진을 찍을 때 뭔가 이상했다. 슬픔과 안도보다는(사실 건강하다는 말을 들은 후) 내 어릴 적 모습을 가지고 부모들을 괴롭힐 거 같다는 한탄에 더 가까웠다. 울고 있는데 그 울음소리 마저 내 어린 시절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서다.

“성격은 아빠 닮으면 안 돼. 엄마 닮아. 꼭! “ 임신 중의 아내한테 100번 넘게 이야기했다. 내 유전자가 안 들어갈 수는 없지만 최소한의 성격은 아내를 닮기를 바란다며 많은 기도를 했다. 아내의 성격은 단순하면서 스트레스 덜 받고 현실을 바라보며 낙천적으로 생각하니 말이다. 아가는 내 성격대로 사는 것보다는 스트레스를 덜 받고 행복하게 지내는 게 더 좋아 보인다.


 아내가 처음 출산할 때 허리에 넣는 무통 주사를 맞고 싶지 않아서 울상을 하였다. 주사를 맞겠다고 결정 후, 40분 만에 자연분만으로 낳은 긍정적인 현상으로 그 무서움은 스르륵 사라졌다. 어떠한 아픔도 없이 편했던 지난 일이니 말이다. 아내의 말 따라 "자연분만 무통천국" 외치면서 또 낳을 수 있을까 라는 과거형 문장은 사라지고 있었다. 사실 그 기억조차 잊고 있을 거다. 30일 동안 아가를 보면서 기저귀를 얼마나 갈아주고, 분유나 모유를 몇 번이나 먹는지 , 잠을 얼마나 자는지 트렌드처럼(그 유명한 베이비타임 어플) 관리하고 있다. 물론 내 생각보다는 아내의 생각이 더 크긴 했다. 그렇게 관리를 해야 우리의 시간이 있고, 정해진 시간에 아기가 무엇을 할지 알기 때문이다. 이제는 울면 밥 주고 기저귀 갈아주는 시대는 지나갔다. 시대에 따라 육아도 점점 바뀌니 말이다.

 

 아내의 별명은 철의 여인이다.

 "엄마도 혼자 키웠는데 나도 혼자 못 키우나."라는 말을 했었다. 엄마가 생각이 안 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잘 키우고 있다. 옆에서 지켜보는 아빠의 마음은 불편해도 책임감이 있는 아내가 대단하다. 내 성향은 수동적이다. 내 편에 있는 사람과 갈등을 만들고 싶지 않은 성향이 강하다. 상대를 배려한다고 하지만 현재 육아 회피를 하고 있는지 모른다. 출산 휴가 보낸 후, 아내는 지금 독박 육아 중이다. 일단 아기를 보고 있어서 다른 일을 할 여유가 없어 보인다. 그전까지는 내가 다른 일을 해 줬지만 지금은 혼자라서 다 하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지인들은 그래서 시엄마 친정엄마를 불러서 도와달라고 청하기도 한다. 아니면 정부가 지원해 주는 시터제도를 선택하거나. 아내는 이 두 개도 허용을 안 하려고 한다. 장녀로서 독립성이 강하고 힘들어도 자기가 키우고 싶은 책임감이 더 나오는 거 같다. 지금의 어려움은 모유직수가 어렵지만, 누구의 도움보다는 엄마와 아기 애착관계 형성이 우선이다. 옆에서 최선을 다 하겠지만, 그 최선이 뭔지 모르겠다는 아내의 말에 서운하지 않을 정도로 잘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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