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와 생각을 쓰는 건 서툴러서
글쓰기를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라는 말로 첫 글을 시작해보려 합니다.
그것이 지금 제가 쓰고 있는 이 '첫 게시글'의 아이덴티티를 가장 잘 표현하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말 그대로 이 '첫 게시글'을 설명하는 문구일 뿐,
글쓰기를 시작하게 된 저만의 계기는 한 문장이나 몇 개의 단어만으로 표현하기에는 너무나 곤란하다고 느껴집니다.
이런저런 생각들이 뒤죽박죽으로 얽혀서 지금 이렇게 글쓰기를 시작하는 것이거든요.
저는 본래 제 의견이나 이야기를 어디 나서서 내세우는 사람은 아닙니다.
오히려 내 생각과 의견을 일단 보류해 두었다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서는,
'오 그렇구나. 내 생각은 이런데..., 그럼 일단 네 말대로 하자'라며 뒤따라가는 부류에 가깝지요.
지금은 그래도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습니다. '내 생각은 이런데...'도 못했으니까요.
내 생각과 의견을 얘기하는 것에 마음속에서 묘한 부채감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제 생각과 의견이 별로면 그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 같잖아요.
만약 어떤 상황에서 제 의견을 주저리주저리 내세우면, 그 상황 속에서 남들은 상관 않고 제게만 유리하게 컨트롤하려는 시도처럼 생각하며 꺼려했기 때문이죠. (전혀 이기적인 의견이 아님에도 불구하고요.)
그러다 보니 저를 처음 보는 사람들과 주변 사람들은 제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고, 다가가기 어렵다고도 얘기했습니다.
자꾸 상대방에게 맞춰서 행동하니 오히려 제 상대방은 더욱 큰 부채감을 느끼고, 상대방은 양보를 안 하는 나쁜 사람처럼 스스로가 느껴진다는 마음 아픈 투정도 마주했었습니다.
그러면서 저 스스로도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게 '무색무취'의 사람으로 점점 흐려지게 되어간 것 같습니다.
제게 소중한 사람인 미인(美人)은 이런 질문을 많이 합니다.
'너는 앵두를 좋아해? 싫어해?'
'너는 생크림케이크는 별로야?'
'소곱창이 좋아, 돼지곱창이 좋아?, 양곱창은?'
이런 질문들을 받을 때마다 제가 했던 답변들은 하나 같이 좋아한다고 싫어한다고 딱 잘라서 말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이야기했었습니다.
'그걸 내가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생각해 본 적 없는 거 같아'
물론 평소 취향이 갈릴만큼 여러 번 먹어본 거나 접해본 적이 아닌 것들에 대해서만 미인이 콕콕 집어서 물어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제게 더 크게 와닿은 건 '제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가 너무나도 불분명하다'는 겁니다.
저에 비해서 미인은 너무나도 취향이 확실한 사람이죠.
그런 미인이 멋있기도 하고 든든하기도 합니다.
저는 이번에 새로 글을 써가면서 저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알아가보려 합니다.
제가 겪었던 상황과 접한 정보들과 지식, 그리고 그것들에서 느꼈던 생각과 느낌들을 적어보고 기록해 가며 반추하려 합니다.
그러면서 저는 저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테두리를 그려나가고, 나중에는 제가 좋아하는 색깔들로 채워도 보고 향수도 뿌려보면서 '유색유취'의 사람이 돼 가려합니다.
의견과 생각을 글로 표현해 보면서 이제는 의견을 얘기하는데 느끼는 묘한 부채감을 벗어던지고자 합니다.
새삼 이렇게 짧은 첫 글을 쓰는데 너무나도 어렵다는 생각에 포기하고 싶은 고비가 수십 차례가 있었습니다.
정해진 틀이 없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는 것이 이렇게도 어려운 일이었나요.
초등학교 2학년 시절, 아무것도 모르던 때 학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꿈'에 대해 글을 썼던 제 어린 시절이 생각납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말이죠.
20줄 가까이 되던 그 글을 거침없이 써 내려가며, '자전거와 무릎보호대'를 '꿈과 꿈을 향한 준비'로 비유했던,
학교 선생님과 주변 친구 부모님들이 다들 '어린애가 어쩜 글을 이렇게 잘 썼니'하며 우쭈쭈 해주시던 그 시절의 제 거침없던 글쓰기가 정말 그립네요.
아마 저에 대해 생각해 보고 어떤 사람인지 깊게 고민하는 시간들이 없었기에 글 쓰는 게 어렵게 느껴졌겠지요.
앞으로는 자주 생각해 보고 자주 써보려 합니다.
그리고, 이 글을 써 내려가면서 저 나름대로 정리된 '글쓰기 시작의 계기'를 이렇게 정의하고자 합니다.
나를 알아가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