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주식을 시작하신 분들이 정말 많다고 하죠? 저를 포함해 제 주변 분들도 정말 많이 관심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던 중 대형 경제 유튜버 신사임당 님, 삼프로 님, 슈카월드 님이 나와서 새해 방송에서 재미난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주식이 되었건 부동산이 되었건 하나를 파는 것이 30대의 전략인 것 같다. 그리고 하나를 성공한 경험으로 다른 분야로 넘어가는 것이 좋은 전략 같다. - 신사임당 님
한 시라도 빨리 시작해라. 주변에 보니 가장 부자가 된 친구들은 사업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이었다. - 슈카월드 님
이분들의 말은 저에게 매우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주식이 제가 할 수 있는 돈벌이 중 유일하다고 생각했던 주린이었기 때문이죠.
하긴 주식 관련 책이나 뉴스는 많이 찾아보고 정리도 했었는데요. 실제로 부동산이나 사업에 관한 이야기에는 주목하지 않았던 것 같더라구요.
근데 STEW 독서 모임에서 제 관심사를 들으셨는지 이번 달 선정 도서가 사업과 관련된 책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자영업, 특히 골목 상권에 주목했던 책 <골목의 전쟁>이 바로 그 책이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놀랐던 점은 사업이 여태껏 제가 관심있게 지켜보던 주식과 닮아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둘은 전혀 다른 영역이라고 믿었던 저에겐 큰 충격이었죠.
책의 저자이신 김영준 님은 책에서 다른 도서 인용을 많이 하셨는데요. 특히 주식 분야가 가장 자주 언급되었습니다.
투자 분야에서 유명한 리처드 번스타인의 책 <스타일 투자전략>을 시작으로 나심 탈레브의 <행운에 속지 마라> 등 수많은 책들이 인용됐습니다.
주식 분야와 관련된 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통찰력이 사업 분야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고 이 책은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특히 가장 인상 깊었던 포인트는 사업의 운과 관련된 이야기였는데요. <행운에 속지 마라>를 인상 깊게 읽었었기에 사업 영역에서 운의 큰 영향력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비즈니스의 세계는 투자의 세계보다 선택의 요소가 훨씬 더 많다. 게다가 관측이 어려운데다가 기간도 길고, 비즈니스에서 운의 요소를 평가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그러다 보니 자칫 운의 요소를 과소평가할 수 있다.
투자자와 비교하면 사업가는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정말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공했다면 자신의 성과로 돌리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그들이 틀렸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요. 아이템 만능주의(아이템이 좋으면 사업이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 등 성공한 사업가들이 직접 성공 요인의 허점을 책에서 조목조목 짚어줍니다.
특히 신선한 재료가 사업의 “원인”이 아닌 성공적인 사업으로 인해 회전율이 높아진 “결과”라고 지목했던 부분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덕분에 주식에서나 사업에서나 운의 중요성이 크다는 것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노력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구요.
운칠기삼에 담긴 진짜 의미란 바로 이런 것이다. 생각보다 개인의 노력과 실력이 미치는 영향은 보잘것없지만, 적어도 그것이 작은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는 것 말이다.
제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바로 우리 소비자들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우리 소비자가 무지하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서 말한 것이죠.
흔히 우리는 장사하는 분들을 쉽게 신뢰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곧이곧대로 믿다가는 호구 잡힐 것이라고 주의하는 것인데요.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에서 가격이 더 높은 것을 보고 스타벅스, 블루보틀 등 해외 기업에 우리나라 국민이 책잡힌다, 혹은 재룟값만을 보면서 원가 얼마 나오지도 않을 것이다 등 다양한 불신이 있습니다.
저도 부끄럽지만, 그렇게 생각했던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골목의 전쟁>을 읽고 나니 이런 생각이 디폴트였던 저 자신이 조금은 부끄러웠습니다.
폭리가 절대 없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비중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매우 낮다. 폭리 논쟁은 오해와 그로 인한 불신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미국보다 소득이 낮은 한국에서 스타벅스 커피가 훨씬 비싼 이유는 스타벅스 코리아의 경영전략과 임대료, 미국과는 다른 소비성향, 해외 본사 지급 로열티 등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것을 단순히 폭리라고 말하긴 어렵다.
책 저자 말대로 폭리가 아예 없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최소한 시장 가격에 대한 적당한 신뢰를 가질 만하다는 것이죠.
특히 요즘같이 인터넷을 통해서 어떤 사업이든 바로 리뷰할 수 있는 환경에서 살고 있는데요. 더욱이 호구 잡힐 걱정을 조금이라도 내려놓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 소비자가 생산자에게 적절한 신뢰를 보여줬을 때 그 이익은 우리 모두가 같이 누릴 수 있기 때문이죠.
무지로 인한 불신은 소비자와 생산자 양쪽을 더 각박하고 괴롭게 만든다. 당장은 가격을 깎고 더 많은 것을 얻어내는 행위가 ‘나를 속이고 이용하려는 자들에게서 더 많은 것을 얻어냈다’는 성취감을 줄 수도 있지만, 그 행위는 소비자에 의한 생산자 착취이며 이로 인해 정상적인 생산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만약 우리가 소비자로서 무지하지 않고 생산자를 조금 더 신뢰한다면 더 좋은 제품과 서비스가 시장에서 인정받고 우리는 그것을 사용하는 아름다운 세상이 펼쳐지리라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특히 자영업 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편이라고 합니다. 오죽하면 우리의 진로는 치킨집 사장님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웃픈 우스갯소리도 있을 정도죠.
물론 아직은 농담으로밖에 들리지 않았습니다. 이제서야 사회 초년생이었으니까요.
그렇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아예 사업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도박처럼 느껴졌습니다. 특히 전체 취업자 중에 25% 이상이 자영업에 종사하는 우리나라에서 말이죠.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다름 아닌 미래를 위한 준비였습니다.
매우 진부한 말처럼 들리는 말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러한 대비를 지금부터 미리미리 하라는 점이 이전과는 달랐던 점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절박함을 오히려 피해야 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지금 자리 잡은 인생을 기반으로 사업을 한다면 무리한 도박을 하지 않으리라는 것이죠.
그러면서 이야기한 애플과 나이키 사례가 재미있었습니다. 공동 창업가였던 스티브 워즈니악은 애플을 만드는 와중에도 HP라는 대기업을 다녔고, 필 나이크도 회계사 일을 병행하면서 나이키를 만들었다고 말이죠.
이러한 사례들은 자영업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핵심은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이 실패를 줄여주고 더 오래 살아남을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언젠가 사업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품었기에 로스쿨을 준비하면서도 내가 꼭 로스쿨을 가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을 했었는데요.
이 책을 읽으면서 로스쿨에 투자할 시간과 돈이 아깝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해줬습니다. 인생에 최소한의 안전망을 주기 때문이죠.
저뿐만 아니라 모든 분들이 현재 자기가 종사하고 있는 분야가 있으실 겁니다. 정말 원하는 것이 마음 깊숙한 곳에서 스멀스멀 기어오를 때도 많을 것이구요.
물론 절박함이 어느 정도는 필요하겠지만, 이 책의 조언대로 미리미리 준비해서 안정감을 갖추고 나가게 된다면 더욱 성공한 제2의 삶까지 설계할 수 있지 않을까요?
마무리는 이 책의 저자와 비슷한 조언을 해준 법륜스님의 유튜브 영상과 함께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생존이 가장 중요하다. 생존이 보장받는다면 그 이후로는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